2011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추진해 온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공식프로젝트 인증제’(이하 ESD 인증제)는 한국 사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교육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지속가능발전교육 모델을 공유·확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ESD 인증제는 ESD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던 한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ESD 관련 사업 및 활동을 발굴하고 우수 사례들을 널리 홍보하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2019년 현재 9년차를 맞는 ESD 인증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국내에서 추진한 여러 ESD 사업들 가운데 국내 ESD의 인지도 향상에 기여한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ESD 인식 증진 및 영역 확장의 목적에서 더 나아가 ESD의 가치와 의의를 적확하게 반영한 프로젝트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여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전체 인증 신청 프로젝트 213개 가운데 77개 프로젝트가 인증을 받았고(36.2%), 조건부로 인증을 받은 프로젝트 19개(8.9%)까지 포함하면 총 인증 프로젝트 수는 총 96개(45.1%)다. 인증제를 도입한 첫 해인 2011년에 총 59개의 프로젝트가 접수된 이후 매년 심사 대상 프로젝트 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신청 프로젝트 수를 늘리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과거에 비해 인증률은 높아져서 매년 인증되는 프로젝트 수는 10개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2개 이상의 주제를 담을 수 있는데, 인증 신청 프로젝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주제는 ‘환경 및 에너지’로, 총 81개 프로젝트(25.4%)가 이 주제를 선택했다. 역시 넓은 의미의 환경 관련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도 31개(9.7%) 프로젝트가 주제로 선택했으며, 그밖에 ‘지역 개발’, ‘평화와 인권’, ‘문화다양성’ 등의 주제가 골고루 선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양성 평등’(7개, 2.2%), ‘빈곤 감소’(16개, 5.0%),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28개, 8.8%) 등의 주제는 다소 적게 선택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주제별 공식프로젝트를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연동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간 ESD 인증제가 거둔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점과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증 신청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ESD 공식프로젝트로서의 통합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프로젝트 추진 대상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지속가능발전의 주체로서 지역사회 및 주민, 청소년 등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거나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프로젝트 추진 대상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내용이나 접근 방법의 부적합 문제는 특히 유아 대상 프로젝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외에 강의식 교육에 치중하거나 일회성·행사성 프로젝트에 그친다는 것도 주요 문제로 지적되었다.
앞으로 ESD 인증제를 활성화하여 국가 수준의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추진전략과 연동하기 위한 방안으로 5가지 영역에서 22개의 전략이 제안되었다. 5가지 영역으로는 ▲ 프로젝트 단위에서 플랫폼 구축으로 확대 ▲ 프로젝트의 통합성 강화 전략 도입 ▲ ESD 인증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 ESD 전문 지도자의 양성 및 활용 ▲ 프로젝트 인증 기준과 절차의 개선 등이 제시되었다. 22개 전략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 ESD 네트워크 구축 ▲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메타 프로젝트 추진 ▲ 지자체의 민관 거버넌스 정책과 연계 ▲ 온라인(유튜브 등) ESD 강좌 및 지도자 양성과정 운영 ▲ 지자체 또는 기관 차원의 인증 방식 도입 등이 있다.
‘지속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앙리 베르그송이 시간의 연속적 흐름(지속)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단어는 ‘duration’이었다. 유명한 건전지 이름에도 포함된 이 단어는 흔히 ‘지속시간’으로 번역된다. 어떤 존재가 시간의 흐름을 가로질러 소멸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필자는 그 힘이 존재(being)와 생성(becoming)의 창조적 통일 또는 역동적 균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존재와 생성의 창조적 통일이라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검토될 수 있는 것은 물질, 생물, 기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제도나 조직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도 자기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취약하거나, 반대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창발성이 부족하면 소멸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남북평화,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난민, 성평등, 생명윤리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뒤섞여 현재 우리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이런 문제들을 제각각 분리해서는 해결은커녕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ESD 인증제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새롭게 진화하여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는 통합적이고 활기넘치는 공동체 학습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재영 공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