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개발협력 사업‐2022 진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창의도시 간의 교류와 상호발전 및 개발도상국 창의도시 예술가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진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가 9월 21일부터 10월 21일까지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인 진주에서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트리니다드토바고, 태국의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지역 예술가 3명을 초청해 진행한 이번 행사를 청년기자단이 둘러보고 왔다.
9월 29일, 해외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온 예술가들인 리오 에프루안(인도네시아 암본, 음악 창의도시)과 사첼 토마스(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음악 창의도시), 피엥라위 시리숙(태국 치앙마이, 공예와 민속예술 창의도시)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이번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한 달 가까이 진주에 머무르며 진주 지역 예술가들과 만나 각 도시의 문화를 접목해 새로운 창작 무대를 제작하는 일정을 안내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무대를 준비하는 한편 지난 2주간 관봉초등학교, 상평동 송림공원, 지수면 청원마을 고택에서 문화 예술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해외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택배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관봉초등학교에서 택배 공연을 관람한 한 초등학생은 무대가 끝난 후 아티스트들에게 다가와 악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멋진 무대를 보여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음악과 춤, 손짓과 짧은 문장으로 전달되는 마음은 우리가 문화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진주와 해외 창의도시 예술가들이 완성한 무대 작품은 ‘다양성-창의성의 토대’를 주제로 열린 ‘2022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에서 작품 시연회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도네시아 암본의 음악가 리오 에프루안은 푸른버들예악원과 함께 무대를 준비했다. 이들은 암본의 음악에 진주 민속예술인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을 활용한 창작 무용을 결합하여 ‘춤추는 진주 노래하는 암본’을 선보였다. 리오 에프루안 씨는 이번 무대에 함께 오르는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들에게 직접 우쿨렐레와 인도네시아의 전통 악기인 ‘티파’의 연주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리오 에프루안 주위로 점점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을 연출하여, 국경을 넘어 음악과 춤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다른 참가 예술가인 사첼 토마스는 가야금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5호인 ‘신관용류가야금산조’와 함께하는 ‘기경결해’(밀고, 달고, 맺고, 풀고) 무대를 통해 선보였다. 전통 장단 구성의 원리이자 철학인 기경결해를 바탕으로 해외 예술가와 가야금 연주자가 매기고 받는 형식의 연주였는데,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악기인 스틸팬과 아리랑의 조화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첼 토마스는 한국 전통 가야금 음악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음악으로 즐겁게 소통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공연 소감을 남겼다.
피엥라위 시리숙은 전통예술원 ‘놀제이’와 함께 진주 오광대의 오방신장무, 문둥이춤과 태국의 란나춤을 융합해 ‘진주에서 탈 쓰고 춤추는 구나(驅儺)’를 창작했다. 역병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각 나라마다 그들의 문화에 맞는 제의식이 있다. 작품의 제목에도 들어가는 ‘구나’ 의식은 태국에서 역귀를 물리치는 의식으로, 두 나라의 예술가들은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원하고 사람들의 행복과 무사를 기원하는 무대로 만들어냈다. 진주, 삼천포 농악의 장단에 어우러진 태국의 전통춤과 우리나라의 전통춤은 그 경계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2022 진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을 연결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은 수준 높은 예술 무대를 통해 여러 나라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 비엔날레 공연과 여러 차례의 택배 공연에서 낯선 악기를 향한 호기심, 한국의 민속 예술과 어우러진 무대에 대한 놀라움이 담긴 관객들의 표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이 만나 협업하고,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모든 순간에는 음악과 춤, 그리고 문화가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며, 이러한 소통과 이해가 궁극적으로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진주에서 서로 연결된 예술가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기대한다.
송현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