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 깨뜨리는 렉스와 파티마 이야기
지구촌에서 가장 문맹률이 높은 대륙 아프리카. 가난과 무지로 인해 빈곤과 절망을 대물림해온 검은 대륙에 작은 희망의 노래가 하나둘 울려 퍼지고 있다. 자기 이름조차 쓸 줄 모르던 이들이 이제 누군가를 가르치고, 꿈을 잃고 살아가던 이들이 새로운 내일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변화시키는 힘은 다름 아닌 교육.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중인 것도 교육 지원을 통해 저개발국가의 불우한 지구촌 이웃들과 미래의 희망을 나누기 위해서다.
한위의 브릿지 활동은 무지와 미신으로 인해 심한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 장애인들에게도 작은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브릿지 활동가 김유정 씨가 전하는 말라위의 ‘유네스코 브릿지 방과후 교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태어나 한 번도 걷지 못한 남매가 일구는 희망의 교실
말라위는 장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심한 곳입니다. 장애인들은 귀신이 씌어 있다든가, 죄가 많아 장애인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태어날 때부터 휠체어에 앉아 한 번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렉스(29)와 파티마(28) 남매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직업이 없었습니다. 높은 말라위의 실업률 앞에서 장애인인 렉스와 파티마가 일할 수 있는 꿈을 갖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지요. 렉스와 파티마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밭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채소를 길러 시장에 판 돈과, 시집간 자매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처지가 비슷한 또래 장애청년들과 함께 삶을 변화시키고자 새로운 모임을 조직한 것입니다. 이제 렉스와 파티마는 나미양고 지역사회 장애청년들을 이끄는 리더입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외톨이였던 학교생활
렉스는 말합니다.
“장애는 무능력한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기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모으고 힘을 모으면 하지 못할 것이 없어요”. 그중에서 그가 가장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장애아동의 교육환경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휠체어를 끌어주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렉스는 학교에 가도 또래 친구들의 심한 괴롭힘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넌 왜 다리를 못써?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에게 마귀가 씌어서 너랑 놀면 안 된대.’ 렉스는 항상 외톨이였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놀림감이 되는 것은 물론, 돌을 던지거나 휠체어에 타고 있는 렉스를 그대로 밀쳐버리는 등 심한 괴롭힘을 당해야 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야 할 선생님들도 한 학급당 1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돌보아야 하는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에 장애를 가진 렉스에게까지 관심을 주지 못했습니다. 렉스는 누구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지만, 주변의 왜곡된 시선과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고 합니다.
렉스와 같은 고통을 겪었던 파티마는 이야기합니다.
“교육은 모두를 위한 것이에요. 내가 휠체어에 앉아 있든, 앞을 보지 못하든, 말을 듣지 못하든, 누구나 교육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학교보다 재미있는 유네스코 브릿지 방과후 교실
렉스와 파티마는 현재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와 함께 나미양고 지역사회 장애아동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어릴 적 아픈 기억들을 되살리며, 신체적·정신적 장애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동들의 선생님이 된 것이지요.
40여 명의 장애아동들은 유네스코 브릿지 방과후 교실을 통해 학교에서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알파벳과 산수 등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아, 에, 이, 오, 우’ 를 즐겁게 따라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청각장애 친구들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글자를 만들어 문자를 배웁니다.
이 교실의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배움의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파티마와 렉스는 모든 아이들이 함께 배워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예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누구보다 더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학교보다 유네스코 브릿지의 방과후 교실을 더 재미있어 합니다. 여기에선 누구도 외톨이가 아니니까요.
렉스와 파티마는 요즘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들과 아이들에게 방과후 교실은 내일의 희망인 것이지요. 이들 마음 속 희망의 등불이 훨훨 자라 미래를 밝게 비출 수 있기를 유네스코 브릿지는 기대합니다.
“차별과 편견 극복 위해 가장 절실한 건 교육” 미니 인터뷰 /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 말라위 활동가 김유정 올해도 활동가로 파견되는데 이번에도 장애우를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 장애청년그룹과 함께 활동을 할 생각이다. 2기 때는 NGO등록 등의 일을 했었고, 방과후 교실 등을 운영했다. 1기 때는 장애아동 부모 모임을 조직해서 돼지 사육이나 계 등의 활동을 했다.” 말라위에서 장애우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유는? 장애우 비율이 높다든지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런 이유는 없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가장 와 닿아서 시작하게 됐다. 장애우는 (다른 아프리카 나라와) 비슷한 비율로 있지만, 대부분 숨어서 지낸다. 현지에서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잘 나타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는 잘 뭉친다.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 등을 경험해보았는지. “현지에서는 주술이나 미신 등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본다. 에이즈 환자가 치료된다는 미신 때문에 성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활동하는 곳이 도시외곽 지역임에도 주술사를 찾는 주민들이 많다. 교육을 통해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