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석 사무총장 기조발제]
2014년 1월 30일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창립된 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다. 6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한위의 비전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가. 비전은 기본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시대정신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체계적인 전략 위에 수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위 비전은 (1) 한위의 설립 근거가 되는 「유네스코헌장」과 「유네스코활동에관한법률」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유네스코 정신에 부합하면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하고 (2) 한위가 가진 역량을 최적화,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하며 (3) 실천가능하고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하며 (4) 구체적 목표와 전략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위는 유엔 가입 이전 거의 유일한 국제사회 창구인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교육 재건과 문화발전, 과학진흥,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했다.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60년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적 소명에 답해야 한다. 한위는 창립 60주년을 계기로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새롭게 도약하고자 변화와 혁신을 추진 중이다. 비전 선포를 위한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4년 창립 60주년을 준비하면서 그 첫 출발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 비전포럼’을 9월 27일 유네스코회관 11층 유네스코홀에서 개최했다. 이 포럼은 한국위원회가 걸어온 60을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바라보는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민동석 사무총장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주요사업과 비전에 관한 기조발제로 시작하여, 1부에서는 유네스코 분야별 비전/목표/전략을, 2부에서는 네트워크 및 협력 파트너 확대/활용을 주제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활동에 참여해 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토론했다. (사진) 민동석 사무총장이 기조발제 중 1950년대 유네스코 지원으로 찍은 교과서를 들고 있다.
<새로운 비전의 기본 방향>
첫째, 저개발국 교육지원을 통한 국제사회 기여 확대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와 운크라로부터 교육재건을 위한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국제사회교육 부문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오늘날 교육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저개발국 교육지원은 유네스코가 6·25 전쟁 후 교과서 발간 등 교육지원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데 대한 보답의 성격이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에서 보듯, 저개발국 빈곤층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식량이나 의료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신념 아래, 현재 추진 중인 저개발국 문해교육 프로젝트인 ‘아프리카 희망브릿지’ 사업과 아시아 지역의 ‘세종프로젝트’ 사업을 대표적인 브랜드 사업으로 확대 개편하려고 한다.
한위의 설립근거인 「유네스코활동에관한법률」은 2007년 전부개정 되기 전까지 한위의 기능 중 하나로 유네스코나 국제기구로부터의 원조 도입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조문이 2007년에서야 삭제되었지만, 당시 지원국으로 변화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조문은 넣지 못했다. 한국이 지원국이 된 지금, 국제사회 기여 협력은 한위의 기능을 넘어 한위 비전의 중요한 내용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60주년을 계기로 추진할 법률 개정에서 국제사회 기여 협력 조문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하겠다.
둘째, 차세대 글로벌 리더 육성
한위는 이미 1960년대에 유네스코 결의에 기초해 한국 청소년 활동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청소년 지도자 육성에 크게 기여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유네스코대학생동아리(KUSA)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대학생·청년들의 세계시민의식과 비전을 넓힘으로써 이제 한위의 청소년활동도 기존의 청년·대학생 중심의 교류와 연대에서 긴 안목으로 미래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올해 초등학교 4,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네스코 키즈’를 출범시켜 어린이들에게 세계를 향한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장기적으로 이들을 국제사회의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연간 100명 규모로 양성할 경우, 장기적으로 10년~30년 후면 1,000~3,000명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프로젝트, 동북아 청년역사대화, 청소년 국제자원활동, 청소년 세계시민프로젝트 등 한위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생·청소년들이 세계시민의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면밀한 전략과 사업을 수립할 것이다.
셋째,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에 기여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이다. 남북 갈등 해소는 우리 민족의 화합을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와 공동번영의 열쇠이다. 유네스코는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갈등을 관용과 대화의 정신으로 해소해 나가는 데 적절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정치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한위는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유네스코 채널을 통해 2002~2009년 북한에 교과서 인쇄기와 용지를 지원한 바 있다. 한편, 유네스코는 동북아 어린이공연예술제, 인간과 생물권사업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 문화예술 교류, 북한 문화재의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 지원 등 문화예술분야 협력을 모색할 것이다.
남북한 화해 협력의 물꼬가 다시 트이는 상황을 대비해 교육, 과학, 문화, 개발협력, 상호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위가 남북화해 증진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활동과 사업을 면밀히 준비할 것이다. 한위 비전 수립 과정에서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도록 하겠다. 특히 한위가 유네스코 영역을 통해 북한을 동아시아 평화의 무대로 이끌어낸다면 우리 국민들이 한위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질 것이고 국민 속에 한위의 존재를 내세우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비전 실현을 위한 재원 조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필수이다. 특히 저개발국 교육지원 사업은 지금처럼 유네스코회관 임대 수입 및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로는 불가능하므로 재원조달에 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한위의 오랜 역사와 좋은 평판을 기반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후원개발이다.
한위가 후원개발을 한다면 이는 198개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중 최초의 시도이다. 지난 2월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사무국-국가위원회-유네스코 대표부 간 삼자실무협력기구에서는 유네스코국가위원회에게 후원개발을 권고하는 방안을 채택했으나 실제로 실천하는 국가위원회는 전무하다. 우리가 후원 개발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유네스코와 함께 저개발국 지원에 나선다면 유네스코 재정위기 극복에 있어서 획기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본인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위가 후원개발을 적극 추진하여 유네스코의 사명을 실천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경우, 한국-유네스코 협력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표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8월 본인과 면담 시, 한위가 후원개발을 통해 유네스코에 신탁기금을 설정하여 저개발국 지원 사업을 할 경우 유네스코 외교 측면에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위는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기재부로부터 소득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고, 안전행정부로부터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상 제한이 없는 기관으로 공식 인정을 받음으로써 후원개발을 위한 법적기반 구축을 완료하였다. 조만간 기업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품 모집에 착수할 것이다.
한위의 후원개발 사업은 다른 구호개발단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위가 할 수 있는 특화된 활동, 다른 구호개발단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대 활동, 특히 국제개발협력을 유네스코적인 가치와 방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선도적인 방식으로 전개할 것이다. 한위의 후원개발 사업이 성공한다면, 침체에 빠진 유네스코 본부 및 회원국 국가위원회들에게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도 각자의 여건에 맞게 기부함으로써 유네스코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고 그 결과 한위 활동의 저변 또한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다.
<2014년 6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위원회 비전 선포>
한위 사무처는 비전 수립을 위해 내부 및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전·현직 위원과 사무처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오늘 비전 포럼의 결과까지 포함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내년 2월 5일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대내외에 한위의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창립 이후 처음 선포하는 한위 비전은 한위의 오랜 숙제를 해결하고 역량을 새롭게 키우며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다. 유네스코가족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드리며 한위 위원님들을 비롯해 각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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