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3개국 유네스코학교 국가조정관 등 300여 명 참가
세계 유네스코학교 우수사례 발표 및 60주년 권고안 채택
아시아에서 숫자 ‘60’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일찍이 공자는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인간이 60세가 되었을 때 지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9월 7일-9일 한국에서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ASPnet)의 성대한 환갑잔치가 열렸다. 10년 단위로 열리는 ASPnet의 기념행사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네스코 본부와 대한민국 교육부의 협력/후원 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경기도교육청과 공동 개최한 ASPnet 60주년 기념 국제포럼은 지난 60년 간 네트워크가 거둔 값진 열매들을 맛보면서, 네트워크의 더 나은 청사진을 그려보는 자리였다. 전 세계 43개국 3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포럼의 3일간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
개회식과 기조강연
9월 7일, 경기도 수원 호텔캐슬에서 ASPnet 60주년 기념 국제포럼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경기도는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평화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수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성이 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은 ‘세계시민의식을 위한 유네스코학교: 평화교육 및 지속가능발전교육’이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를 더욱 빛내주었다.
포럼 개회식은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나승일 교육부 차관, 리비아 살다리 유네스코 ASPnet 국제조정관의 축하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조강연에서는 한스 반 깅켈 전 유엔대학 총장이 미래 세상에서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이 뿌리내리는 데 ASPnet이 어떻게 기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깅켈 전 총장은 ‘월드 5.0’에서 ‘월드 6.0’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세계는 급변하는 동시에 변화로 인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인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다양한 고민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서 그는 ASPnet이 ‘경제, 인구, 정치, 환경, 사회적 요인, 문화, 지식기반사회’라는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시민의식과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을 제안했다.
전세계 유네스코학교 실천 사례 공유
참가자들은 분임토의를 통해 ASPnet의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았다. 세계시민교육 분야 ASPnet 활동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분임토의는 국제적/지역적 차원의 활동을 위한 그룹1과 국가적/학교 차원의 활동을 위한 그룹2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그룹별로 각각 7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되었으며, 한국의 사례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ASPnet 활동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의 국제이해교육 프로젝트들이 선보였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활용한 유럽-아랍 지역 학생 간 문화 교류 프로젝트(덴마크),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를 지닌 여러 아프리카 국가 학생들의 합창대회(토고), ‘노예무역’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되짚어보는 문화 간 대화(가나), 발틱 해를 중심으로 환경 교육 및 문화 간 학습(독일), ASPnet 50주년 기념행사지로 ASPnet의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구축(뉴질랜드) 등 지역적・역사적 특수성을 잘 살린 참신한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이와 함께 리비아 살다리 유네스코 ASPnet 국제 조정관은 보고를 통해 지난 10년(2004-2013) 간의 ASPnet 주요 성과를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정의, 평화, 자유, 인류 발전을 위한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ASPnet은 1) 글로벌 이슈와 유엔 체제의 역할, 2) 지속가능발전교육, 3)평화 및 인권, 4) 문화 간 학습이라는 4가지 주제를 토대로 국제적/지역적/국가적/학교 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1953년 15개국 33개교로 시작한 네트워크는 2013년 현재 180여 개국 9,700개교까지 확대되었다.
향후 10년을 위한 ASPnet 추진 권고안 채택
유네스코의 2014-2021년도 ASPnet 전략 및 실행계획을 위한 권고안 채택은 이번 포럼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대륙별 참가자 대표 및 사무국 관계자 12인으로 구성된 성안위원회(Drafting Committee)는 전체회의를 통해 제시된 참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하나의 권고안으로 다듬어내는 작업을 위해 3일간 힘을 쏟았다.
이번 포럼을 통해 도출된 권고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글로벌우선구상(GEFI)을 통한 세계시민의식을 향후 10년간의 ASPnet 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ASPnet은 1) 평화와 인권, 2) 문화 간 학습, 3) 지속가능발전교육, 4) 범세계적 관심사를 다루기 위한 유엔 시스템의 역할이라는 4가지 핵심 주제를 바탕으로 세계시민의식 촉진을 위한 ‘빛’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활동과 마찬가지로 국제적/지역적/국가적/학교 차원의 활동이 추진되는데, 특히 소셜네트워크(SNS)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 시스템 구축, 지역별 특성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활동 추진을 위한 ASPnet 지역조정 체계 마련, 국가조정관을 비롯한 ASPnet 관계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추진 등의 제안이 눈에 띈다.
국내 유네스코학교 방문 및 수원화성 탐방
ASPnet 10년 활동 점검, 우수사례 공유, 차기 활동을 위한 권고안 도출 등이 이번 포럼의 주요 활동이었지만, 참가자들이 꼽은 포럼의 백미는 경기지역 유네스코학교 학생들이 마련한 특별행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 탐방이었다. 2일차인 9월 8일, 참가자들은 활발한 국제교류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외국어고등학교를 찾았다. 이번 특별행사는 한 달 넘게 300여 명의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려 준비한 결과였다. 학생들의 ASPnet 60주년 축하공연,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 13개의 전통문화 체험 부스를 통해 참가자들은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학생들의 열의와 향후 역량 있는 세계시민으로서 국제사회에 진출하고픈 그들의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화성 탐방의 경우 한국관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자들의 여정에 함께 참여했다. 학생들은 참가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을 돌아보게 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시민이 되는 길은 잘 정비된 시설과 시스템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와 언어가 다른 어느 누구에게든 열린 마음으로 기쁘게 다가가는 것임을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ASPnet 청소년 포럼
유네스코학교 60주년 국제회의와 함께 한국의 유네스코학교 학생 53명이 참가한 ‘청소년 포럼’이 9월 6일과 7일 이틀간 열렸다. 이들은 ‘ASPnet 청소년이 바라는 유네스코학교’에 관한 권고문을 마련하고, 기념 국제포럼의 폐회식에서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에는 유네스코 학생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 확대, 유네스코학교 활동의 주체로서 학생의 참여 보장, 유네스코에 대한 교육 및 유네스코 활동에 대한 학교의 관심 촉구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오혜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