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내 문화유산 보호에 나선 유네스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국토 전역이 전투와 폭격에 노출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은 큰 위험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는 이들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유산보존 관련 국제전문단체와 비상대응 조정회의를 갖는 한편, 현지 문화 전문가 및 관계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직후 유네스코는 사무총장 명의로 우크라이나 문화유산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긴급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3월 9-10일 비상대응 조정회의를 열고 세계유산 관리자와 박물관 관장 등 전 세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또한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국제푸른방패(Blue Shield International),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등 관련 분야의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주요 유산을 보호하고 혼란을 틈탄 유산의 불법유출을 막을 대책을 논의했으며, 더불어 비상상황시 활용할 수 있는 유산 보호 매뉴얼을 보급하고 피해 모니터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전쟁의 포화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푸른방패
유네스코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세계유산으로 꼽히는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과 수도원 건물들,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Perchersk Lavra; 동굴 수도원)’를 비롯한 주요 유산과 기념물에 ‘푸른방패’(Blue Shield) 표식을 달기 위해 우크라이나 당국과 긴밀히 소통 중이다. 푸른방패는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의 훼손과 파괴를 방지하고자 ‘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1954)에 따라 만들어진 표식으로, 이 표식이 붙은 지역은 국제법상 보호 지역으로서 포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유네스코는 키이우를 비롯해 ‘리비우 역사지구’ 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 표식을 우선적으로 부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화재의 불법 거래 방지 위한 노력
지난 수십 년간 중동 지역에서 일어났던 전쟁과 내전 상황에서 목격했듯, 혼란한 정국을 틈타 소중한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려는 움직임 또한 유네스코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행위다. 무력충돌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조치는 기본적으로 1970년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UNIDROIT(국제사법위원회),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 INTERPOL(인터폴), WCO(세계관세기구), CINOA(국제고미술상연합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문화재의 불법 거래 방지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들 파트너 기관과 함께 문화재 거래 관련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도난, 불법 양도, 도굴, 불법 반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재의 구입이나 수출입, 소유권 이전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난시 유산보호를 위한 비상계획 매뉴얼 보급
유네스코와 ICCROM(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은 키이우의 마이단 박물관과 협력해 『Endangered heritage: emergency evacuation of heritage collections』(위험에 처한 유산: 유산 컬렉션의 비상 대피) 매뉴얼의 우크라이나어 번역본을 펴냈다. 비상시 문화재의 파손, 약탈 방지 및 위기 대응을 위한 컬렉션 기록(다큐멘테이션), 임시 보존, 안전 운송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이 매뉴얼은 2016년에 발간된 이래 이번 우크라이나어 번역본을 포함, 13개 언어로 번역돼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전쟁으로 인해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긴급히 2천여 부를 인쇄해 우크라이나 내 박물관 및 문화분야 종사자들에게 배포했으며, 이는 전시상황에서 문화재 현장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문화유산 피해 상황 모니터링
유네스코는 국제훈련조사연구소(UNITAR)와 협력해 주요 문화유산 지역의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있다. 4월 14일 기준, 유네스코는 우크라이나 내 47개 종교 시설과 9개 박물관, 28개 역사 건축물, 3개의 극장, 12개 기념물과 3곳의 도서관을 비롯한 102곳이 피해를 입었음을 확인했다. 유네스코는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 교차 분석을 통해 문화재 피해 현황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1954)에 근거해 협력기관들과 함께 위성이미지 분석 등 독자적인 관련 데이터 분석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크라이나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고자료]
· 유네스코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소식 웹사이트 unesco.org/en/ukraine-war
원문 번역 및 편집
이승민 문화팀 연수인턴, 『유네스코뉴스』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