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
2001년부터 23년째 양국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가 공동 주최해 온 ‘한일교사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2023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이 7월 16-21일에 개최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방한 행사에는 일본 유네스코학교 교직원과 문부과학성 직원 등 30명이 참가했다. 서울문성초등학교와 문산수억고등학교와의 교류, 한국 가정방문, 유네스코세계유산인 종묘와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 및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탐방 등을 통해 교육과 문화를 매개로 한 양국 간 교류 확대를 모색한 이번 행사 후기를 전한다.
7월 17일에 열린 환영만찬 시간에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이뤄진 한국정부 초청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은 한국의 교육 및 문화, 무엇보다도 한국의 진실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배움과 만남, 그리고 환희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싹튼 새로운 우정의 증표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인생의 필연을 형성해 주기도 합니다. 일본 교직원 방문단은 서울에서 여러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단 며칠간의 만남이었음에도 보물 같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우정의 시작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일본 귀국 후에도 한국의 여러 친구로부터 애정어린 안부 메시지를 받았으며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러한 우정이야말로 풍부한 교류와 지속 가능한 미래의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선한 체험과 감동의 연속이었던 한국 방문을 마친 지금도 저희 방문단은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모두가 헌신적인 자세로 저희를 대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수나 탐방 때마다 받은 깊은 은혜와 많은 분들이 보여주신 애정어린 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소감이 아니라 일본 방문단 모두의 마음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입니다.
알차게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교육 교류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육에 관한 강의, 한국-일본 교직원이 함께 참여한 합동워크숍, 서울 문성초등학교에서 일본 교직원들이 직접 진행한 수업, 문산수억고등학교에서의 대면교류, 그리고 한국 가정방문에서의 환대! 바로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존중하고 마음으로 소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적 제약 속에서도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더 가까워지면서 배울 수 있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비무장지대(DMZ) 탐방도 잊을 수 없습니다. 태풍전망대에서 1953년 휴전협정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견고한 경계를 마주했을 때,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장벽을 목격했습니다. 38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본도 전혀 무관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장벽이 사라지고 평화가 실현되기를 소망합니다. 한편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덕에 온전한 자연이 보존된 DMZ에서는 영구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수많은 활동가의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고, 이는 한반도 통일의 소원과도 결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에 육지의 국경이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일본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벽’을 세워버리는 폐쇄성이 존재하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학교 교육 종사자로서 더욱 주의깊게 그 폐쇄성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벽을 시원하게 제거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야말로 이번 프로그램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입니다.
한일 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던 관계에서 진정으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웃한 양국의 우호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일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끈기 있게 대화를 거듭하여 ‘against’가 아닌 ‘with’의 신념을 관철시켜야 할 것입니다.
다시금 우리는 평화의 실현이라는 유네스코의 숭고한 이념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평화는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연대와 공감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는 ‘마태복음’의 말씀과도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교직원 방문단은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우리 앞의 문이 열리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토대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분들이 온몸으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강인한 정신과 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교직원 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우리 마음에 피어난 무궁화 꽃을 돌아보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네기시 가즈나리 일본교직원 방문단 단장(미야기현 가미 농업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