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백기 인터뷰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 이동현 선임전문관
이번달 청.기.백.기(청년 기자단의 백 가지 기록)에서 문화팀의 이동현 선임전문관을 만나 보았습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던 이 선임전문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먼저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현재 문화팀 내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의 이동현입니다. 문화팀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유네스코 1970년 협약(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에 관한 협약)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유네스코 지정유산(세계유산, 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원하는 모든 국내 유산들은 먼저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하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소정의 국내 적격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세계기록유산의 경우에는 과다등재를 막기 위해 2년 단위의 등재 주기마다 한 국가별로 2개까지만 등재신청서 제출이 가능하며, 세계기록유산 일반지침(General Guideline)에서 정해놓은 절차와 기준에 따를 것이 요구됩니다. 국내 심사 과정을 거친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본부 사무국으로 전달되면 등재소위원회(RSC)에서 등재 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뒤이어 국제자문위원회(IAC)가 RSC의 권고 사항을 기준으로 해당 기록물의 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세계기록유산은 지난 4년간 ‘제도 개편’ 명목으로 신규 등재가 잠시 중단됐다가 내년부터 다시 재개될 예정입니다. 『유네스코뉴스』 5월호부터 연재 중인 신혜수 단장님의 설명대로 이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와 관련한 갈등에서 촉발됐습니다. 개정된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는 기록유산 분야 국제 전문가 그룹인 RSC와 IAC의 검토과정은 변함이 없지만, 검토를 거친 기록유산이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통해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 등재에 이견이 있는 경우 해당 국가들이 기한 없이 대화를 하도록 함으로써 등재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중단될 위험성을 열어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6월에는 팔만대장경이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어떤 가치를 인정받아 기록유산에 등재되었나요?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고려의 뛰어난 목판 판각 기술과 왕실의 후원, 국난 극복을 기원하는 모두의 염원이 담긴 대규모 국가 사업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기술과 학문적 성과가 대거 투입돼 당시까지의 다양한 불교 문헌들을 총망라했고, 이처럼 방대한 장경이 오늘날까지 완전하게 보존된 경우는 팔만대장경이 유일합니다. 팔만대장경에 포함된 희귀 판본과 원전의 정확성 역시 당시 시대와 불교를 연구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팔만대장경은 지난 200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한편 세계유산과 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나뉘어 있는 유네스코 지정유산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은데요.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다양한 유네스코 지정유산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운영하는 ‘유네스코와 유산’ 홈페이지(heritage.unesco.or.kr)를 한번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
•업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합니다.
문화팀 업무를 보다 보면 아무래도 유네스코 지정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문의를 받게 됩니다. 사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지정유산의 등재 및 관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유산의 등재나 보존·관리 측면에서 안타까움이나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을 가끔 전화나 대면으로 접하게 됩니다. 이 때 최대한 쉽게 관련 내용들을 설명해 드리는데, 부족함이 많은 설명임에도 잘 이해해 주시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 주실 때 작게나마 위안과 기쁨을 느낍니다. 한번은 세계기록유산 관련 학위 논문을 준비하시는 분께서 여러 차례 다양한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본부의 논의 동향을 비롯하여 정확한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하는 질문들이 많아서 저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사례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드린 답변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질문자께서 최근 논문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고 정말 감사하다는 연락을 주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기록유산과 관련해서 문화팀에서 앞으로 강조하고 있는 목표가 있을까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10여 년간 기록유산 등재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의 등재 신청을 지원하는 ‘세계기록유산 등재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여러 나라들이 워크숍의 도움을 받아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과 지역목록에 각각 10건과 11건을 등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기록유산 등재보다는 이미 등재된 기록유산에 담긴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깃거리들을 발굴해 이를 적극 교육·홍보하는 콘텐츠 개발 및 활용 사업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한국에 있는 총 16건의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중에는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것도 있지만, 그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어떤 가치가 있어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친숙하고 쉬운 매체를 통해 기록유산 속 콘텐츠들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일례로 작년에는 ‘난중일기’를 소재로 EBS 지식채널e 프로그램 1편과 유튜브용 심화영상 2편을 제작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박재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