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현대사회를 ‘정보사회’라 부르는 것은 이제 진부하게 들릴 정도가 되었지만, 대중의 정보 소비 창구가 온라인 쪽으로 쏠리면서 올바른 정보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을 고민하며 날카로운 비평과 조언을 해 온 정준희 교수로부터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생산·유통하고 이를 지혜롭게 소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오늘날에는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올바른 정보’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모든 게 정보이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든 제공하는 입장이든 올바른 정보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입니다. 목적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되어 올바르고 타당하고 진실인 정보를 가려내는 것은 의외로 대단히 비현실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를 조건화해야 돼요. 민주사회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서 올바른 정보란 무엇인가, 개인의 어떤 정서적 활동을 위해서 올바른 정보는 무엇인가,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올바른 정보는 무엇인가 하는 식이죠. 이렇게 조건화해서 그 목적이나 조건에 부합하는 정보를 올바른 정보로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아는 정보만 올바른 정보고, 상대가 받아들이거나 상대가 유포하는 정보는 올바른 정보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상한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정치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 교수님 말씀대로 올바른 정보를 조건화해본다면, 유네스코가 온라인상의 허위정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 유지를 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허위정보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규제란 공동체가 어떤 필요에 의해서 공통으로 특정한 정보의 흐름을 소통시키거나 유통시키지 않도록 결정할 것이냐의 문제에요. 예를 들어 공동체는 민주주의의 올바른 작동을 위해서 혐오표현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적어도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런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다면, 이제 SNS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이 공적 커뮤니케이션인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가라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발행인(publisher)이냐 중개인(intermediary)이냐는 복잡한 논쟁과도 연결되기는 하지만, 사실 플랫폼은 노출의 선별 등 2차적 편집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근대 초기의 비유(발행인 vs 중개인)를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용을 직접 생산하지 않은 자가 그 내용의 의미를 판별하고 이를 스스로든(자율규제) 외부에 의해서든 규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규제의 효율성을 높일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논점을 이동해야 합니다. 그 부분은 거버넌스로 해결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법이 근거한 바에 따라 위임받은 권위를 행사해 내용을 판단하고 집행하는 구조를 갖는다면, 법적으로 정당하면서도 규제의 효능이나 효율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생각의 자유로운 흐름을 강조하면서도 허위정보 대응 및 혐오표현 확산 방지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네스코로서는 이 둘 모두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펼쳐야 할까요?
오늘날 유네스코가 주창하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적극적 자유여야 합니다. 개입이나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 즉 아무거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자유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되는 것이고, 이를 방해하는 구조적 조건을 살펴야 합니다. 곧 책임 있는 유통이 필요한 거죠. 오늘날에는 누구나 공표자가 될 수 있지만, 그 안에도 여전히 불균형과 불평등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플랫폼의 공평성을 유도하고, 미국 주도의 정보 질서에 대해서도 역시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책임 있는 발화자가 돼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 유네스코가 많은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보를 받아들이는 주체로서 책임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유네스코는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교육이 규제의 대안, 또는 차선책으로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할 말 없으면 결국 교육을 제대로 시키자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새로 등장하는 매체를 활용하고 그 안에서 뭔가 사회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TV가 그랬고,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그렇듯 새로 등장하는 매체가 가지는 의미나 영향력을 방기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유네스코는 평생교육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평생동안 삶 속에서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고 스스로 배우면서 동시에 가르치기도 해야 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매체에 대해서도 정확히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 등장하는 매체를 배워야한다’로 그칠 것이 아니라, 각 세대가 서로 다른 매체에 의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미디어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을 넘어, 새로 등장하는 매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비판적으로 습득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필요합니다. 결국 다시 거버넌스를 이야기하게 되는데, 국가와 기타 시민사회를 포함한 주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영은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