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
광주는 과거와 미래가 대화하며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도시다. 도시를 따라 걷기만 해도 미디어 아트에 영감을 얻고, 동시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내일의 예술을 발견하는 여행, 광주아트플랫폼
빛고을 광주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 폴리,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그중 가장 호기심이 이는 수식어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다. 광주는 광산업의 빛, 인권의 빛, 예술의 빛을 결합해 광주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창의 산업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인정받아 2014년 12월 유네스코 미디어어트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의 여행은 2020년 빛고을 시민문화회관에 문을 연 ‘광주아트플랫폼’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광주아트플랫폼에서도 ‘스페이스 5G네’는 5G 기술을 기반으로 미디어아트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로 들어서자 강렬한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광주와 전남의 명소를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5면 큐브 안에서 감상하는 체험관이다. 큐브 안에 서자 쉴 새 없이 변화화는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온 기분이다. 화면에 유네스코 세계지질유산인 무등산이 펼쳐지자 산을 오르는 기분이 들고, 담양의 소쇄원이 화면을 채우자 싱그러운 기운이 번진다.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광주의 작은 예술 마을 양림동.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이 이주하며 기독교 문화를 꽃피운 양림동에는 한희원미술관, 이강하미술관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스 등 문화 공간이 골목골목 들어서 있다. 그중 미디어아트의 명소는 이이남스튜디오다. 빛을 상실한 고전적인 소재에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빛을 조명하여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담는 작업을 이어온 이이남 작가는 광주를 대표하는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이기도 하다. 누구나 평등하게 예술을 향유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카페 같은 스튜디오를 열었다고. 창작 스튜디오와 미디어아트 뮤지엄, 미디어 카페로 구성돼 있는데, 곳곳에 배치된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 가기 좋은 분위기다. 예술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스며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5·18을 기억하는 여행,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 시계탑에선 매일 오후 5시 18분이 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선율이 흘러나온다. 시계탑 앞 분수대와 광장 옛 전남도청 건물 등 도청 주변의 모든 건물은 5·18민주화운동 유적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존엄성을 유린하고 권리를 짓밟을 때, 그것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반인권적인가를 참담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반란군의 총칼 아래 피로 물들며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을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로 만든 역사적인 운동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실시한 책임자 처벌 및 피해 보상도 여러 나라에 좋은 선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2011년 5월 전 인류가 보존하고 기억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기록은 금남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 가면 살펴볼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항쟁, 기록, 유산 등 층마다 다른 주제로 구성해 마치 5월 항쟁의 중심에 서 있는 듯이 느껴진다. 사진 기자들이 기록한 사진은 참혹하고, 시민들의 호소문은 절절하다. 항쟁 기간 동안 시민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헌혈 운동을 벌이고,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 주었다.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서도 광주는 아름다운 공동체였고, 주먹밥은 연대와 나눔의 다른 이름이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나서며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을 떠올린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한 같은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여행자 노트
전일빌딩245 | 계엄군이 쏜 총탄 245개의 흔적의 남아있는 전일빌딩이 ‘전일빌딩245’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1층과 2층엔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작품이, 10층엔 정영창·이혜경 작가가 헬기 사격을 규탄하는 조형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ACC) | 거대한 복합문화공간 ACC에서는 전시, 도서관,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중 즐길 수 있다.
무등산 | 무등산은 제주도, 청송에 이어 2018년 4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주상절리의 높이가 30-40m, 최대 너비가 7m에 이르는 광석대 지질명소가 대표적인 볼거리다.
글, 사진 우지경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