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공짜 점심은 없으며 세상 모든 것에 가격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유네스코에 대해서도 비용-효용 간 양적 분석이 가능할까? 유네스코영국위원회는 9월에 발간된 보고서(Wider Value of UNESCO to the UK)를 통해, 2012년 한해 기준으로 세계유산 61백만, 지질공원 18백만, 석좌교수 2백만, 조달공급 1백만 등 총 9천만 파운드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으며, 같은 해 유네스코 정규 분담금 1천 4백만 파운드에 대비하면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콘월과 데번 광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로 매년 380만 파운드의 수입을 추가로 올리고 있고, 16개 대학이 유네스코 석좌교수 지위를 활용하여 290만 파운드의 지원금을 유치하였으며, 6개 생물권보전지역은 1,040만 파운드의 재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가치는 주로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창의도시, 지질공원,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등 180개 기관이 유네스코 브랜드를 통해 유치한 공공재원, 민간투자, 해외지원 등을 합산하여 산출되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195개 회원국, 8개 준회원국, 200개 국가위원회 등 유엔 체제 내에서 가장 폭넓은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영국이 중시하는 국제안보, 인권보호, 언론자유 등의 가치를 전파하는 비경제적 국익도 함께 고려할 경우 유네스코가 영국에 기여하는 이익은 광범위하다고 결론지었다.
영국은 금번 보고서를 적극 홍보해 나갈 태세다. 매튜 서더스 주유네스코 영국대표부 대사는 이미 제네바 그룹 정례회의에 참석하여 보고서 주요 내용을 브리핑 했고, 다수 회원국이 관심을 표명했다.
제임스 브릿지 유네스코영국위원회 사무총장도 지난 10월 집행이사회에서 만나자마자 보고서 얘기부터 꺼냈다. 그동안 유네스코의 중요성과 현안에 대해 각 정부부처를 만나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보고서로 인해 정부부처의 인식이 증대되면서 협의와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브릿지 사무총장은 이러한 유네스코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분석 관행이 타국에도 확산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한위가 관심이 있다면 금번 영국의 연구 방법과 경험을 기반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러한 연구 자체가 투자 대비 수익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가 수반할 구체적인 유네스코 이익 지표와 총액 산정을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국내에서 유네스코 관련 기관과 이익의 요소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맵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유네스코를 활용한 국익 창출에 어떤 정부부처나 지자체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참조 좌표가 될 수 있고,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확대해 나가면서 대 유네스코 외교를 위한 한국만의 핵심 의제들을 추려나가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의 유네스코 기여는 1950년 유네스코 가입 이후 지속 상승하여 금년 정규 분담금이 약 80억원이다. 인구 1인당 약 160원을 납입하는 셈이다. 직업교육, 세계유산, 해양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추가로 지원되는 신탁기금 등의 비정규 예산은 제외되어 있다. 과연 한국의 유네스코 투자대비 효용은 영국의 6배 수익을 상회하는 수준일까? 한국이 유네스코를 통해 얻는 비경제적, 무형적 가치는 무엇일까? 하나의 보고서가 모든 질문에 혜안을 줄 수는 없겠으나 더 나은 미래 60년을 위해서 과거 60년에 대한 성적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네스코 지정으로 영국이 연간 얻는 이익 평가액
(단위: 백만 파운드)
※ 출처: 「Wider Value of UNESCO to the UK」 유네스코영국위원회 발간(www.unesco.org.uk/WiderValue)
강상규 주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