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방향
간 교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희망을 전 세계에 증명해 온 대한민국이지만, 이제는 21세기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과 제도의 변화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교육의 미래 보고서)가 글로벌한 변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한국적 맥락에서 그 논의를 이어나갈 필요성을 강경숙 교육분과위 부위원장이 이야기한다.
유네스코는 대전환의 시기마다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1972년 발간된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교육세계의 오늘과 내일』(포르보고서)는 전 세계가 양적 팽창을 지향하던 시기에 ‘평생교육’과 ‘학습사회’를 제안하면서 관점 전환을 선언했고, 지난해 출간된 교육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위기에 처해 있는 인류가 그 경로를 바꾸기 위해 인권, 포용성과 형평성, 협력, 연대, 그리고 집단적 책임과 상호연결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청하고 있다. 1972년 포르보고서가 이미 인권으로서의 교육과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을 요청했지만, 50년이 넘은 지금도 교육체계 개혁은 여전히 우리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교육개혁이 교육과정의 개편이나 새로운 교육공학적 도입 등으로는 가당치도 않는 것이며, 전환적 개념의 총체적 개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교육의 힘이 심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변혁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에서 정의롭지 못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교육의 미래 보고서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은 인권에 근간을 두고 차별금지와 사회정의, 생명 존중, 인간 존중 및 문화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새로운 합의를 말한다. 또한 돌봄의 윤리, 호혜주의, 연대를 포괄해야 하며, 공동의 사회적 노력이자 공동재(common good)로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 경쟁을 부추겨 결국 승자독식이 되는 교육은 야만적이다. 생존을 위해 경제의 수단이 되거나 계층선별 기능을 수행하는 기능으로서의 교육을 비판한 포르보고서는 교육의 목적은 인간이 그 자신의 존재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능력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의 정당화를 지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엘리트 사회 중심으로 짜인 사회구조와 분위기는 구조적으로 공정과 양립할 수 없다.
경쟁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공교육 등 제도권에서 이탈해 학교 밖을 떠도는 위기청소년 문제 외에도 우리가 일상 속 교실 안에서 살펴야 할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정서적·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 배움이 느린 아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을 지닌 아이, 적대적 반항장애가 있는 아이 등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외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BJ, 마약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변하는 청소년 하위문화의 속내를 어른들은 갈수록 모를 수밖에 없다. 일탈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블랙박스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어디에나 있다. 이들이 학교와 삶에서 성공하도록 돕는다면 그 강점을 출발점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문제를 문제로만 인식하는 담론을 대체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이나 문화적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의 관점을 채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생태학적 관점의 ‘신경다양성의 교실’(T. Armstrong)의 접근을 토대로 한 강점 기반 접근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개별 학생의 독특하고 긍정적인 점을 다루는 교육, 차별화된 교육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인류 시대를 맞아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적응력을 길러나가야 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고 더불어 사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시대의 올바른 방향이다. 새롭게 재편된 세계를 열어갈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노정에서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는 존엄한 인간 교육,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키우는 교육! 우리나라가 만든 교육 기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유네스코를 비롯한 전 세계는 이제 우리나라에 기품 있는 성숙한 교육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경쟁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 공존이 중요하다. 거대한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계층 간 격차, 물질만능주의와 환경파괴로부터 나오는 보이지 않는 불평등, 전 지구적 재난이라는 폭력 앞에서 낙오되는 아이가 없는 교육,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위해서는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다양한 안전망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혁신의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는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지구적 공동재’개념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집단적인 글로벌 책무를 강조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국가 지도자 한 사람에 의해, 혹은 교육계 수장의 뜻에 따라 교육정책이 널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바라보는 장기적 틀이 너무 쉽게 바뀌고 무너지기 일쑤인 상황이다.
교육계의 모든 전문가뿐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등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 초당파적으로 교육의 방향을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네스코의 글로벌 담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황에 맞게 숙의 과정을 거치며, 장기적인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갈 것을 기대한다. 지금이야말로 공동의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강경숙 원광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