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학교 60주년 국제포럼에 참석한 귀빈들의 수원화성 관광 가이드를 친구들과 함께 맡게 되었다. 2013년 9월 9일, 포럼 마지막 날이었다. ‘유네스코학교 학생’으로서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에 대해서 그 동안 공부해 왔고, 영어 통역 연습도 해왔기에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투어 한 시간 전 미리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동선을 살피며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안내한 분은 오만의 압둘라 교장선생님이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유네스코학교 재학생들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되나?” 하는 걱정으로 주춤할 때, 날 향해 환히 웃어 주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이미 소통하고 있음을 느꼈다. “난 정성을 다해 준비했어. 난 오늘 압둘라 선생님께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거야.”
아랍어 인사로 시작한 수원화성 관광은 나에게도 압둘라 교장선생님께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수원화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복원된 문화유산이다, 『화성성역의궤』에 화성 건축에 관한 내용이 매우 세세하게 실려 있는데, 이 덕분에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부터 “일반 성곽이 군사적 목적 때문에 지어진 것과는 달리, 수원화성은 정조의 효심으로 건축됐으며 그 때문에 성곽 자체가 효(孝) 사상을 담고 있어 문화적·정신적·철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차근차근 전해 드렸다. 특별하면서도 감동적인 수원화성 이야기를 들은 압둘라 선생님은 무척 감탄했으며, 깊은 인상을 받으신 듯했다.
전문 통역사가 아니기에 부족한 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 내내 압둘라 선생님은 미소와 격려로 응원해 주셨으며, 헤어질 때는 “내가 도움을 줄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당신의 연락처를 쥐어 주셨다. 우린 국가도 인종도 문화도 언어도 달랐지만, 유네스코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수원화성 관광 가이드’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영광스러움,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뿌듯함,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것’이 있다는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지구촌 안에서 우리는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의 깨달음까지 얻었으니! 이번 만남을 통해 유네스코학교의 학생임에 새삼 자부심을 느끼며, 나의 파트너이셨던 오만의 압둘라 교장선생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슈크란(감사합니다)!
전서인 한국관광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