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 70주년의 결정적 숫자들 ➊
2024년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국은 1950년 6월 14일에 유네스코에 가입했지만, 그 직후 발발한 6·25전쟁이 끝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설치령이 공포되고 한위가 창립하기까지 4년을 더 기다렸던 셈입니다. 그 시작은 이렇게 험난했지만, 오늘날 한위는 그 어느 국가위원회보다 활발하게 국내외에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유네스코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내년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한위의 어제와 오늘을 빛낸 ‘숫자’들을 이번 호부터 차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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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네스코 가입을 가능케 한 ‘공평한 1표’
잘 알려졌다시피 대한민국은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합법 정부로 인정받은 직후인 1949년 1월에 유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하지만 같은해 4월 8일, 이미 냉전의 그림자가 유엔 체제에도 깊게 드리운 상황에서 당시 소련은 한국의 유엔 가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한국의 꿈은 좌절되고 맙니다. 이후 한국이 북한과 함께 동시에 유엔 가입을 승인받기까지는 무려 40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유엔 가입이 좌절된 한국은 1950년 6월 14일에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네스코 가입에는 성공하게 됩니다. 이 기적같은 일을 가능케 만든 것이 바로 1 국가당 1표씩의 투표가 모두 평등하게 인정받는 유네스코의 원칙이었습니다. ‘거부권’이라는 강대국만의 특권이 보장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1표는 그 외 모든 회원국의 투표를 압도할 수 있지만, 유네스코에서는 열강 간 대립 구도와 관계 없이 회원국 3분의 2의 득표만 하면 가입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1950년 5월 25일에 열린 제5차 유네스코 총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한국은 찬성 27, 반대 1, 기권 4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유네스코 가입에 성공하게 되었고, 해당 결의에 따라 6월 14일자로 유네스코의 55번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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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2주 만에 벌어진 전쟁 속에서 찾은 희망
천신만고 끝에 성공한 유네스코 가입을 축하할 겨를도 없이, 한국은 유네스코 가입 후 단 2주, 불과 11일 만에 6·25전쟁의 참화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에 따라 유네스코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국가위원회의 설립도 미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전의 유네스코 가입은 그 자체로도 한국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전쟁 속에서도 한국의 교육 기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네스코가 지원한 교육 재건 사업들은 한국이 가장 어려웠던 때를 극복하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준, 무엇보다 특별한 선물이자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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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3곳 등재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탄생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쁨은 이후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세계유산 숫자는 그 이후 꾸준히 늘어 2023년 현재 ‘14’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뿐인가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및 여러 유관 단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무형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유산 등재뿐만 아니라 보호 노력에도 앞장서는 ‘문화 강국’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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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세계지질공원은 현재 네 곳
인류의 소중한 문화와 기억, 또는 자연과의 공존의 역사를 간직한 세계유산 외에도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을 통해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그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지질공원은 단지 보호만이 아니라, 그러한 보호 방안을 강구하면서도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의 지질유산을 활용한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필요를 충족시켜 나간다는 데 그 특별한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지정된 제주도를 시작으로 2017년 청송, 2018년 무등산권, 2020년 한탄강에 이르기까지 총 4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해당 사업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고 관리하기 위해 국가지질공원사무국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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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문화재를 찾기 위한 5개년 계획 첫 실시
옛날부터 수 차례 큰 전쟁을 겪었고, 오랜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에서는 수많은 문화재가 불법으로 유출됐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할 수가 없었는데요. 이후 「전시문화재 보호협약」(1954년)과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1970년) 등 유네스코가 여러 문화재 보호 관련 협약을 채택하면서 특히 식민지배를 겪었던 많은 나라에서는 문화재 환수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1982년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주도로 사상 처음으로 해외 유출 문화재에 대한 5개년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비록 조사 규모와 예산의 방대함 때문에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사업은 당시 우리나라 유출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1983년에한국이 「문화재 불법 밀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유네스코 협약」에 51번째로 가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