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 70주년의 결정적 숫자들 ➎
2024년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위가 그 어느 국가위원회보다 활발하게 국내외에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유네스코의 비전을 실현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도전, 그리고 기억해 둘 만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부터 70까지, 그 순간들을 기억해 보는 ‘결정적 숫자’ 기획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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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2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설립 제안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Asia-Pacific Centre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APCEIU 이하 아태교육원(원장 임현묵))은 국제이해교육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 협정으로 국내에 설립된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다. 1974년 ‘국제이해, 협력,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적 자유에 관한 교육 권고’에 이어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 총회가 ‘평화, 인권, 민주주의 교육에 관한 선언 및 통합실천체계’를 채택한 뒤, 한국은 제2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아태교육원 설립을 제안하고 이후 타당성 조사를 거쳐 1990년 제30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아태교육원의 설립이 최종 결정됐다. 이후 2000년 창립(초대 이삼열 원장)된 아태교육원은 2010년까지 명동 유네스코회관에 머무르다가 당해 7월부터 현재의 구로구 청사로 이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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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한국 농촌 부흥의 마중물 된 30만 달러
6·25전쟁 중인 1952년에 유네스코는 비록 전쟁중임에도 한국의 교육 현황을 조사하고 교육시스템 재건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연합한국재건단(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운크라))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은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정리해 「한국의교육 현황 조사결과 보고서」를 냈고, 이는 우리나라 전후 교육 재건을 위한 최초의 정책보고서로서 교육정책 수립의 중요한 지침서가 됐다. 또한 유네스코가 운크라의 건의에 따라 지원한 30만 달러를 바탕으로 1956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원캠퍼스에는 신생활교육원(Korean Fundamental Education Centre)이 설립됐다. 신생활교육원은 농촌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로, 1950년대 유네스코가 제창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은 ‘농촌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기본 교육’을 국내에 구현하는 사업으로서 이후 한국 농촌지역사회 발전에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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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국의 표심, 유네스코와 한국의 인연을 만들다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유엔 가입을 추진했지만 첨예한 냉전구도 속에 소련의 반대로 유엔 가입이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거부권을 따로 두지 않은 유네스코에서는 회원국 3분의 2 득표를 얻으면 가입이 가능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195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요르단 3개 국가의 유네스코 가입 안건을 다루게 됐다. 당시 회의 역시 이념 갈등으로 소련 등 다수의 공산 진영 국가들이 불참했으며, 한국이 유네스코 가입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총회 참가 32개국의 표심을 얻어야 했다. 가입 안건이 상정되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라크, 필리핀 등이 찬성 발언을 했고,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거수 투표를 진행해 찬성 27, 반대 1, 기권 4로 마침내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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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 35개 학교에서 첫 실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학교 현장에서 국제이해교육을 확산하고 자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1998년부터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me, CCAP)’ 사업 을 실시했다. CCAP는 주한 외국인이 국내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자국의 문화, 역사, 생활, 풍습 등을 소개하는 사업으로, 21세기 세계화와 개방화 시대를 맞아 국내 학생들에게 국제이해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고, 아울러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주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에 35개 학교에서 시작된 CCAP 사업은 15년여 동안 2,654개교에서 총 1만 1,834회의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CCAP를 학교 교육과정 내 범교과학습과 연계해 실시함으로써 국제이해교육 및 다문화 교육의 국내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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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원법」제36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도입과 활용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다
유네스코는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의 지질유산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의 사회·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지질경관을 보호하고 정체성을 강화하도록 돕기 위해 세계지질공원제도를 마련했다. 이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질자원 보전과 활용을 함께 도모하는 이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했고, 환경부가 「자연공원법」 제36조에 지질공원 항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자문 및 지원 역할을 맡았다. 이로써 2012년 국내에 지질공원제도가 도입됐으며, 환경부는 정기적으로 지질공원위원회를 개최해 국가지질공원 중에서 빼어난 가치와 지역 주민들의 운영 노력이 돋보이는 곳을 유네스코 세계질공원 신청 후보지로 선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주도(2010년 지정), 청송(2017년), 무등산권(2018년), 한탄강(2020년)에 이어 지난 5월에 지정된 전북 서해안까지 모두 5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