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타자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점점 많아지고, 그 방식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긴밀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윤리적 기준이 무너진 결과, 그 모든 신기술과 연결성은 우리 각자의 인간성을 공격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성찰의 부재 속에서 성장과 발전만을 지향하는 대신, 인간 중심의 질문을 통해 판단의 기준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사색과 질문에 넌지시 답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인간만이 자기 존재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여지없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줍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개인 존재를 위로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이미 우리 삶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세계 철학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철학적 유산을 공유하고, 우리가 마주한 위기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자 윤리적 담론의 장을 열어 성찰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는 윤리적, 지적 성찰을 담당하는 기구로서 과학기술 및 인공지능 윤리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교육·과학·문화 분야에 필요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 철학은 쉼표를 찍으며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사색하고 질문하게 합니다. 인간에게 나와 세계를 선명히 볼 수 있는 시야를, 혼란 속에서도 이 세계에 굳건히 발 딛고 서있을 힘을, 타인의 상황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합니다. 사유하는 인간이 모인 지구는 그 이전의 세계보다 훨씬 근사한 모습이리라 확신합니다. 마음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는 책장 한 구석의 철학책을 한번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