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국가가 모두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9년 11월 현재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는 총 193개이지만, 이 중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는 167개국입니다. 가입 국가 중 26개 국가가 단 한 건의 세계유산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등재 유산 수가 3건 이하인 국가는 총 84개국에 달합니다. 반대로 가장 많은 등재 유산을 보유한 이탈리아와 중국에는 각각 55개의 세계유산이 있으니, 그 격차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의 숫자가 곧 국가간의 우열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유산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무조건 더 좋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세계유산으로서 보호받아 마땅한 가치 있는 유산들이 등재 신청 과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등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세계유산위원회도 이러한 격차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여 지역 간 균형을 갖춘 세계유산 목록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국의 유산이 세계유산 목록에 충분히 등재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등재 신청 속도를 늦추도록 권고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경우 등재를 위한 전문성과 기술 역량 증대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장려합니다. 한 해 45건이 넘는 등재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등재 유산이 없는 국가와 3건 이하의 등재 유산을 보유한 국가에 우선순위를 주기도 합니다. 인력과 노하우가 부족해서 등재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을 위해 우리나라도 세계유산 및 유네스코 지정유산 등재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7월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한국이 등재 신청서 준비를 지원했던 라오스의 ‘항아리 평원’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어 라오스뿐만 아니라 이를 도운 우리나라의 여러 관계자들에게 큰 보람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손다희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