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으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직접 일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유네스코는 원칙적으로는 학부 졸업생 이상의 석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 본부 세계유산센터 간의 특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소중한 기회를 얻어, 2013년 1월-6월 약 5개월 동안 유네스코 본부 세계유산센터 교육팀에서 인턴으로 활동하였다.
유네스코에서 인턴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한 가지는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에 걸쳐 폭 넓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리 본부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자주 열린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주어진 업무 외에도, 자원하여 ‘세계 재즈의날’ 및 ‘유럽 박물관의 밤’ 등과 같은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 진행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인턴으로 근무한 부서는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re)의 세계유산 교육팀(World Heritage Education Programme)이었다. 세계유산센터는 유네스코 본부의 문화 섹터에 소속되어 있지만, 비교적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 세계유산 교육팀은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들을 통해 세계유산 보호와 보존에 아동 및 청소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 중 세계유산 국제워크 캠프(World Heritage Volunteers) 진행에 필요한 행정처리, ‘파트리모니또’라 불리는 세계유산 소개 만화 한국편 배포 등과 같은 업무를 맡았다. 세계유산 교육 프로그램은 세계유산 등재 관련 업무와 같이 세계유산센터 내에서 크게 알려진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유네스코 사무국에서부터 NGO, 관련 국가의 유네스코 위원회 및 지역 사무실의 협조까지 필요하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국가 간의 예민한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이번 인턴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유네스코의 사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지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인턴 기간 중 또 하나의 큰 묘미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사무소 김광조 소장, 세계유산센터키쇼 라오 소장, 이상진 주유네스코 한국 대표부 대사 등 세계적 전문가와 동료 인턴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가졌다.
유네스코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배경과 직책은 달라도,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고자 하려는 의지만큼은 공통적이었다.
유네스코 본부에서 인턴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다양한 일을 접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흔하지 않다. 무급이라는 어려움이 있긴 하였지만, 지난 5개월 동안의 인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사소한 업무라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큰 목표를 위한 작은 걸음이라 생각하니, 더욱 뜻 깊은 인턴 경험이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위에 알맞게, 인턴에서부터 경력직까지 한국인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더 많아지길 희망해본다.
박려경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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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4년도 유네스코 본부 세계유산센터 인턴십 지원자를 9월 15일(일)까지 모집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