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바 사무총장 2기 재정위기 속에 출범, 2014-21 중기전략 채택
제37차 유네스코 총회가 11월 5일 – 20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개최됐다. 이번 총회에는 준회원국으로 새로 가입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안귈라를 비롯해 195개 정회원국, 9개 준회원국, 국제기구 및 국제 비정부기구(NGO) 대표 등 3천여 명이 참가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을 포함 4개국 국가원수와 140개 국의 장관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이전에 비해 3일이 짧은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의 총회로 기록됐지만, 그 다룬 내용은 풍성했다.
총회에서는 2014년 – 2021년 유네스코 사업의 전략적 방향 및 조직운영의 기본 토대가 되는 중기전략을 채택했다. ▶비교우위 분야로 역량 집중 ▶현장에 다가가는 유네스코 ▶유엔시스템과의 협력 강화 ▶다양한 파트너십 개발 및 강화 ▶거버넌스 강화 등을 기조로 한 중기전략은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최상위 목표로 정하고 아프리카와 양성평등을 글로벌 우선사업 주제로 삼았다.
최악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채택된 차기 중기전략과 관련하여 보코바 사무총장은 대대적인 예산 축소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이상 축소나 사명 약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향후 8년이 그 어느 때보다 유네스코의 역할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회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다수의 회원국들은 유네스코가 재정위기 상황에서도 각 분야별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유네스코의 가시성과 영향력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회원국들은 유네스코가 관심을가져야할 주요 사업내용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 촉진 및 유엔의 글로벌 교육우선구상 (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과의 연계성 강화 ▶정부간해양학위원회사업과 인간과 생물권사업 등 자연과학분야 핵심 사업의 효과적 이행 및 자연재해 관련 군소도서국가에 대한 관심 증대 ▶청년층에 대한 관심 증대 ▶유무형유산 보존 및 보호활동 강화 ▶언론인 및 표현의 자유 증진 등을 꼽았다.
한편 유네스코의 2014-2015년도 정규예산 규모는 2012-2013년도와 동일한 미화 6억 5천 3백만 불을 채택했으나 실제로 분담금 납부 재개 가능성이 낮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재정제약 상황에서의 지출계획(미화 5억 7백만 불)’을 별도로 채택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업예산을 배분했다. 이는 이전 회기 대비 22.4퍼센트의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서 사업 전반에 있어서의 예산 삭감은 물론 285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인력 추가 감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유네스코의 핵심자산인 우수 인력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아울러 몇몇 회원국들은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 인해 비정규예산에 대한 의존도 및 비정규예산 사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2009년 10월 유네스코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이래 지난 4년간 유네스코 수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일각에서는 원활하지 못한 조직 내 의사소통과 일관성 없는 인사, 그리고 조직을 최악의 재정위기 상황에 빠뜨린 책임 등을 지적하며 보코바 사무총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제192차 집행이사회를 통해 단일 후보에 오른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도 대다수 회원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그 동안 보코바 사무총장이 추진해온 사업운영 및 조직개혁 노력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 “영속적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은 동전의 양면이다. 빈곤 퇴치 없이는 평화를 이룰 수 없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며,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은 모든 유네스코 활동의 지향점이자 유네스코가 건설하고자 하는 영속적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 토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이처럼 인본주의에 기반을 둔 보코바의 조직/사업 운영 철학이 한낱 울림 없는 바램에 그치는 일이 없이 활짝 꽃 피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