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공정여행학교
막대한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현지인과 현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기존의 여행 대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상명고의 공정여행 역시 그러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유네스코학교인 상명고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참다운 여행의 표본을 제시하고자 해마다 ‘공정여행’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이 여행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여행지에 대해 더 알고 떠나서(배움), 여행을 통해 여행자와 현지인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를 맺고(나눔), 현지의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는(배려) 테마가 있는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특별한 여행에 함께하기를 희망했고, 그 중에서 선발된 여행단 학생 40여 명은 출발에 앞서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현지 정보 교육 외에도 여행지의 사회적·역사적 배경과 그 해의 주요 주제와 관련된 독서활동을 시작으로 세부 주제에 대한 조사 및 발표를 진행함으로써 자신이 여행하게 될 곳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더불어 주제에 맞는 단체복과 여행소품을 준비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입니다.
이후 여름방학 기간에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2박 3일 또는 3박 4일간 떠나는 여행에서는 장거리 트래킹이나 농활 등의 활동을 통해 땀과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고 협동을 통한 성취감을 맛보게 됩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모둠원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어 지적 영역을 채우는 활동도 병행합니다. 그리고 매일 밤 취침 전에는 모든 학생들이 그날의 개인 여행일지를 작성하며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여행기간 내내 현지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연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고 여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쓰레기를 되가져옵니다. 또한 소중한 아이들을 낯선 여행지에 보내는 부모들을 위해 사전 교육에서부터 여행 일정 전체에 걸쳐 학생들의 실시간 사진과 설명을 온라인 소셜앱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전함으로써 투명하고 안전하며 내실 있는 여행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 후에는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가을에 개최되는 학교축제에 사진전의 형식으로 전시해 여행에 참가하지 못했던 학생들과 교사들이 공정여행의 배움을 함께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2012년부터 공정여행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는 ‘공정여행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부터 매년 지역을 달리해 개최해 온 상명 공정여행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사전교육을 실시한 뒤 실제 여행지에서의 프로그램 기획까지 모든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점도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특히 세종대왕 즉위 600년이 되던 2018년에는 학생들이 충남 아산 외암강당마을 현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나눔 재능기부를 실시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이 되던 2019년에는 각 모둠별로 독립선언서 내용을 분배해 그 내용에 맞게 나레이션, 뮤지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연기 등의 다채로운 방식으로 독립선언서 전문을 낭독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9년간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양질의 교육을 경험할 수 있었고, 지역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며 순수한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마을공동체를 통해 바람직한 도시공동체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혜택을 받는 공정한 경제활동의 구체적 사례 또한 직접 체험할 수 있었으며,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예년처럼 공정여행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작년에도 본교는 공정여행의 핵심인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공정여행 배움터’라는 이름으로 개인적으로 여행의 주제와 테마를 선정하고 그 여행에서 공정여행의 요소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평소 잘 가보지 않았던 지역 시장을 탐방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내 진로에 필요한 부분을 배우기 위한 진로탐색여행을 떠나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삶 속에서 공정여행의 의미를 실천해 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올해의 상황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도교사와 기획단 학생들은 경쟁 일색의 입시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휴식과 배움을 제공하는 한편, 세계시민의 자질까지 키울 수 있는 공정여행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합니다.
조정의 상명고등학교 교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고자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