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선수단의 공동 입장이 이루어지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북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되자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아리랑이 흘러왔다. 그러자 남북한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 모두 아리랑에 맞춰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며 흥겨운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우리민족의 대표 민요 아리랑은 모두를 순식간에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다. 이는 아마도 아리랑의 가락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랑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곡으로 정선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 본조 아리랑 등이 있다. 이중 원조 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강원도의 정선 아리랑이다. 많은 학자들은 아리랑이 강원도의 향토 민요에서 발전한 것으로 본다. 강원도의 아리랑이 전국으로 퍼지게 된 것은 19세기 경복궁 중건과 관련이 있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 대원군은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한 어린 아들 대신 섭정을 한다. 대원군은 세도정치로 인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왕권을 다시 세울 목적으로 임진왜란 때 불탄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중건 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부역에 동원 되는데,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요즘으로 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랑 부르기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아마도 이때 이후 아리랑이 서울, 경기를 거쳐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각 지역의 음악적 특징과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버전의 수많은 아리랑을 탄생시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의 수가 약 60여 종, 3,600여 곡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이렇게 수많은 아리랑이 탄생하게 된 것은 그 가락이 단순하여 함께 부르기 좋은데다, 두 마디 정도의 곡조를 가지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편곡과 개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리랑이 이른바 ‘민족의 노래’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리랑’하면 떠올리는 곡은 바로 본조아리랑이다. 본조아리랑은 본래의 아리랑이라는 뜻으로 다른 아리랑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사실 이 본조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가 감독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음악이었다. 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대상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항일 민족정신을 불러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일본 순경에게 끌려갈 때 배경 음악이 바로 아리랑이다.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 아리랑도 한국인 모두가 즐겨 부르는 민족의 노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식민지 조국을 떠나 국외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고국’ 그 자체이기도 했다.
아리랑은 때로는 삶의 애환을, 때로는 신명과 흥을 담아 우리의 삶을 위로해 주었다. 누구라도 부를 수 있고 누구라도 노랫말을 붙일 수 있었던 아리랑은 삶 그 자체이자 가장 보편적 예술이었다. 이름 없는 민중이 한 켜 한 켜 쌓으며 발전시켜 나간 이 위대한 문화유산은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2년에는 월드컵 응원가로서 대중들을 열광하게 했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든 것처럼, 아리랑은 과거의 노래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 이야기를 담으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아마도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민족의 노래’가 되어 줄 것이다.
최태성 역사강사·저술가
‘큰별쌤’(‘쌤’은 선생님이란 뜻의 속어)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국사 길잡이로 꼽히는 최태성 강사는 서울 대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1년부터 EBS 역사 강의를 맡으며 가장 인기있는 강사로 인정받아 왔다. 특유의 재치와 입담을 곁들여 현재 방송 및 인터넷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강사 겸 저술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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