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야 성평등 향상 사례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교육 및 네트워킹을 돕는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인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i-WSSM)의 물과 젠더 이야기. 지난 2개월간 물과 성평등의 국제적 담론 및 유네스코의 관련 선언과 데이터 수집을 위한 툴킷까지 살펴본 데 이어, 이번 마지막 기사에서는 물 분야 성평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펼쳐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물을 위한 수단 청년 의회(Sudan Youth Parliament for Water, SYPW)
아프리카의 수단은 물 관련 교육이 부족하고 정치 환경에 따라 정책 변동성이 크며, 정부 차원의 투자 부족 등으로 인해 ’물과 위생’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 국가다. 2015년 이곳에서 청년 7명이 설립한 ‘물을 위한 수단 청년 의회’(SYPW)는 18-35세 청년들의 정보 교환 및 네트워킹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17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 중이며, 기관의 활동 자금은 회원 기부금과 가족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아동·청소년 및 청년들은 그간 물 문제의 주요 희생자였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문제 해결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SYPW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활동비와 관련하여 SYPW는 색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각 마을에 최선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결책을 설계하고, 지역사회의 거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토론에 초대해 사업과 연결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물 분야 여성 엔지니어 팀 구성을 통한 마을의 물 문제 해결책 수립·지원 ▲청소년과 청년 및 의사결정권자 간 소통 창구 역할 ▲방대하고 활동적인 전문가 회원을 통한 여성 중심의 물과 위생 증진 활동 시행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활동의 특징은 예산이 적게 소요되면서도 정책 입안에 관여할 수 있는 지지 활동을 적극 수행하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활동의 가시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이 모든 상호작용과 의사결정, 사업수행 과정에 여성이 관여한 비율이 90%가 넘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전문성과 지식을 상호 교류하고 교환하는 네트워크가 한몫했다. 회원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따로 거창하게 만들고 운영하지 않더라도, 협업 네트워크와 그룹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서로 배우고, 팀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배움을 위한 과제를 할당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끊임없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연구하는 등 자율적인 역량강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즉, 공동체를 변화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후 스마트 팔라완(Climate Smart Palawan)
팔라완 지역은 생계를 위해 농·어업 자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열대 저기압, 홍수, 해수면 상승 및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취약한 사회적 구조로 되어 있다. ‘기후 스마트 팔라완’은 팔라완 지역의 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로,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학적·사회경제적 위험요소부터 심리적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조사한 뒤, 사회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추적, 위험인지, 영향, 정책에 이르는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기후변화의 위험이 공동체 혹은 지역사회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이해당사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기후 스마트 팔라완은 원주민 커뮤니티 정보 전달 및 역량강화, 재생가능 에너지원 구축과 성평등 이니셔티브를 수행하였으며, 농·어민 및 원주민과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기후 학교’도 설립했다. 이렇게 가장 취약한 계층인 원주민과 여성, 그리고 주 생산자인 농민과 어민까지 아우르는 교육을 통해 성인지적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 개발과 보전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을 크게 강화했다.
이 사업의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이 기후변화를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탄력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과 지식을 높이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기반해 그 영향을 분석하고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지역사회가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활동 성과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 모든 공동체 일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물을 사용하는 날까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물과 성평등은 사실상 물과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물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사회적 약자 혹은 지역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우리 생명과 직결된 ‘물’ 관련 결정에 참여하고, 사용자이자 생산자이며, 혹은 수혜자이자 해결자인 각 개인이 자신의 역할과 기후변화, 그리고 물에 대해 인지하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 특히 물의 주 사용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한 여성과 아동이 평등하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바로 물 안보이자 물 분야 성평등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두의 자유와 안전하고 평등한 물 권리 보장을 위해 유네스코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는 계속 그 활동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박다해
유네스코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i-WSSM) 대외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