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되었던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당사국 총회가 지난 9월 8-10일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사무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총회는 2년에 한 번, 모든 협약 당사국이 모여 협약의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한편,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의 신규 위원국을 선출하는 자리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게 한 자리에 모인 147개국 250여 참가자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관심사는 단연 정부간위원회 선거였습니다. 지난 2008-2012년과 2014-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무형유산위원국을 수임한 바 있는 한국이 2020-2024년 임기의 신규 위원국 선거 출마를 지난 2월 초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아태지역에서 이미 인도가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진 터라 지역 내 경쟁은 불가피했습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무형유산을 등재하며 협약 운영에 기여해 왔지만, 인도 역시 무형유산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일찌감치 선거 지지교섭을 진행했기에 쉽지 않은 선거가 되리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간 국내 여러 주한 공관과 전 세계 재외공관, 그리고 주유네스코 대표부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한국은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여러 대표단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고, 문화재청에서 제공한 한국의 활동 소개 자료를 배포하고 당선 공약도 설명했습니다. 당사국들도 그간 한국이 무형유산 관련 많은 협력 사업과 기여를 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교육, 과학,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이 무형유산위원회 선거 지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80표를 얻어 66표를 얻은 인도를 제치고 무형유산위원국으로 선출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형문화유산협약의 등재 메커니즘에 대한 국제적 검토 일정이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지연되는 데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이번 총회의 중요한 의제였습니다. 원래 검토 작업은 협약의 3개 목록(대표목록, 긴급보호목록, 모범사례목록)의 운영목적과 등재기준을 명확히 하고, 등재된 유산의 후속조치와 평가에 대한 문제까지 전반적으로 등재 메커니즘을 되돌아보며 향후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 쿠웨이트, 모로코 등 아랍 국가들의 주도 하에 일부 아프리카 국가와 프랑스까지 가세해 현재 국가 당 2년마다 1개 유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규정을 개정하여 국가당 매년 1개 신청, 또는 무형유산위원회가 매년 검토하는 신청 건수를 10%씩 늘리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협약 등재 메커니즘 검토의 핵심 사안은 각국이 등재 신청서를 얼마나 더 낼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사무국과 심사기구의 인적·재정적 자원과 심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호소했으나, 당장 이번 총회가 다가오는 2022-2023년 주기에 예외적으로 모든 등재신청서를 검토하도록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한 만큼,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여러 위원회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합류한 한국 역시 많은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내년에 발효 15주년을 맞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은 계속 발전 중입니다. 지난 등재 경험을 토대로 심사기구와 등재 신청국 간 대화 증진을 위해 시범 도입했던 ‘상향식 대화 절차’가 이번 총회의 협약 운영지침 개정안 승인을 통해 등재절차 규정으로 정식 반영되었습니다. 이로써 기술적 문제로 인한 등재 지연을 해소하고 등재와 관련된 여러 절차가 더욱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연재해 및 무력충돌, 재난 등의 위기상황에서 무형문화유산이 가진 역할과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유산 운영원칙과 세부지침’이 승인되면서,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최근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긴급상황 대응과 협약의 이행을 연계하는 노력도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다음 총회는 2년 후 파리에서 다시 열리게 됩니다. 지금의 이야기들이 또 어떻게 발전되어 논의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다음 총회에서는 답답한 마스크 없이 서로에게 환하게 인사하며 반가움을 나누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지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