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어느 유네스코학교에 부임하면서 시작된 유네스코와의 인연은, 한 교사에게 교육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양한 추억과 경험을 쌓도록 해 주었다. 그간 가장 가슴에 남는 것으로 “관계 속에서의 나눔과 배움의 즐거움”을 꼽는 명일여자고등학교 박현주 교사의 소회를 『유네스코뉴스』 독자들과 나누어 본다.
유네스코와의 인연
10년 넘게 유네스코학교 관련 교육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관계’ 속에서의 ‘나눔과 배움의 즐거움’입니다. 선생님들과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고 행복했으며, 또한 학생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삶의 비전을 수립하고 진로를 선택하던 학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유네스코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성북구에 위치한 유네스코학교인 서울사대부고에서였습니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학교 업무담당자로서 유네스코동아리 운영과 교내 행사뿐만 아니라 서울지역과 강원지역의 유네스코학교 간 학생워크숍 운영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학생워크숍은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서울지역 유네스코학교 학생워크숍’이라는 명칭으로 매년 20여개 초·중·고생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유네스코학교의 뜻 있는 지도교사들이 자원하여 기획교사단 활동을 하면서 유네스코학교 서울지역협의회의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학교와 함께 해온 날들
지금까지 유네스코학교와 함께 해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세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서울사대부고에서 유네스코학교를 알아가는 시기였습니다. 학교의 연간 행사를 유네스코학교의 이념에 맞게 조정하고 유네스코동아리 학생들의 활동을 기획·실행하며 학생, 교사, 학부모는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참여하는 ‘라오스 자매학교를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을 라오스에 전달했습니다.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남산 캠페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방문 및 명동 거리 캠페인 참여, 1학년생 대상 ‘외국인과 함께하는 국제이해교육’ 연간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심어주고 국제적 시각을 넓혀주는 교육활동도 펼쳤습니다. 이들 활동을 추진하면서 저 역시 교사로서 국제적 시각과 세계시민의식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때 만난 유네스코학교의 선생님들과는 지금까지도 만남과 소통을 유지하며 함께 더 알찬 세계시민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기는 이러한 만남과 배움을 토대로 다음에 근무하게 된 서울고와 명일여고에서의 활동 시기입니다. 이곳에서도 유네스코동아리 조직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학교, 마을, 타 지역을 오가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서울고에서는 산사태 후 우면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서초구 녹지관리과 담당자들과 함께 둘러본 뒤 해결책을 논의하기도 했고, 학교의 유휴지를 직접 개간하여 5년간 다양한 채소를 수확하기도 했습니다. 문산여고(현 문산수억고)와 군산동고를 방문해 세계시민교육 상호 교류활동을 하고 입양아동문제 관련 교육을 받기도 했으며,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영어 편지 번역 봉사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런 활동과 더불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여러 직원 및 전국 유네스코학교 선생님과 학부모, 다양한 세계시민교육 관련 기관 종사자들과 만나고 지속적인 교류를 하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올해에는 우리 명일여고가 서울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로 선정되어 학생들이 더욱 다양한 강의를 듣고 체험활동을 하며 세계시민교육 및 평화통일교육 활동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생태환경 프로젝트로 텃밭상자 가꾸기, 교정 나무에 이름표 달기, 다시 보는 우리마을 도시하천 따라 걷기, 친환경생리대 제작, 세계시민교육을 통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10시간, 세계시민교육 강의, 강화도 문화유적 탐방활동 등, 각기 개성 있고 알찬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지구촌 교육나눔사업을 응원하며
유네스코 지구촌 교육나눔사업에 작은 후원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러한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서였습니다. 작은 나눔이 커다란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기에, 작지만 지속적인 참여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모두 함께 사는 지구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나눔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교육자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작은 실천을 일구어 낼 미래의 세계시민들의 성장을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