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우선순위 중 하나인 성평등과 물
국제사회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교육 및 네트워킹을 돕는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인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International Centre for Water Security and Sustainable Management, i-WSSM)가 이야기하는 물과 젠더 이야기, 그 두 번째 기사에서는 물과 성평등 달성을 위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과 전 세계의 행동 참여를 촉구하는 선언을 소개한다.
지난 2020년 유네스코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마지막 10년을 맞아 유엔 및 지역기관과 NGO, 학계가 참여하는 젠더 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물 분야 성평등 진보를 제고하기 위한 분석’을 실시했다. 이 분석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 5번(성평등) 및 6번(물과 위생)을 달성하기 위한 진전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유네스코는 그 원인으로 정책과 실제 현장 사이의 격차, 여성의 리더십 참여 부재, 적절한 자금의 투입 부재 등을 확인했다. 여성과 소녀에게 불리한 규범이나 정책, 사회적 제재 역시 여전하며, 성별에 기반을 두어 세분화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문제도 언급했다. 특히 ‘성평등’이라는 인권적 측면에서 물 분야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물과 성평등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세부적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기존 사업이나 과제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잠재적인 해결책 분석이 물 분야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네스코 세계 물 평가 프로그램(World Water Assessment Programme, WWAP)은 수개월에 걸친 논의와 분석, 그리고 광범위한 이해당사자들의 기여를 통해 ‘물과 성평등 툴킷’(Water and Gender Toolkit)을 내놓았다. 물을 바라보는 세 가지 주요 프레임워크인 ▲인권 기반 접근 ▲성평등과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한 물 ▲성별 인식기반 기후적응 물 정책을 기반으로 작성된 이 툴킷은 물 분야의 성별 현황 분석을 위한 증거 기반 접근, 즉 데이터 기반의 평가 도구다. 여기에는 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 모두를 위한 물, 물과 위생, 농업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물 거버넌스, 물 부문 내에서 여성들의 리더십 유지와 참여를 위한 교육 및 훈련, 성별 및 물 부문의 데이터 격차들과 관련해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한 질의가 담겨 있다.
물과 성평등 툴킷과 함께 WWAP는 전 세계의 행동을 촉구하는 ‘물과 성평등 선언’도 발표했다. ▲물과 위생에 대한 인권 기반 접근법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 협약(UNFCCC)을 바탕으로 한 이 선언은 여성을 ‘수혜자’가 아니라 물과 위생에 대한 인권 기반 접근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변화 주체로 설정하는 한편, 물과 관련된 결정에 여성의 완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촉진할 것을 요청한다. 이는 물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더블린 원칙’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울러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SDG5(성평등)와 SDG6(물과 위생)를 강조하면서 여성과 소녀의 요구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며 안전한 물과 위생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요청한다. 또한 기후변화가 저소득 및 농촌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UNFCCC에 발맞춰 기후 정책에 대한 교차 접근법을 촉진하고, 여성을 환경 피해자로 정형화하는 것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과 기후 정책은 여전히 성별 정책과 분리되어 있으며, 이것이 정책과 행동(실천) 사이의 격차를 넓혀 서로 일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물 분야 성평등을 위해 ▲성평등 자금의 원칙 ▲정책과 실천 사이의 간극 최소화 ▲여성의 리더십 함양 ▲여성과 소녀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정과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조치들이 제안된 바 있다. 유네스코 역시 “물 분야 성평등을 촉진하고, 데이터 불균등성을 완화하며 공고한 행동을 만드는 것”을 강조하며 물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여성의 권한 부여에서 모든 국제사회와 지구촌을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든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정부를 가장 중요한 책임자로 규정하면서 ▲유엔 기구가 성 주류화 구현에 대한 노력을 더욱 구체화할 것을 요청하고 ▲민간에는 여성의 무급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과 자급조달 전략에 중점을 두고 정부와 협조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물 분야에서의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 관계자 그룹, 소셜 미디어,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 예술 작품, 영화 및 공식적인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중에게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와 통신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해당 내용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규범과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별과 문화에 걸친 협력을 촉진하고, 교육, 물 관련 (및 기타) 직업에서 소녀와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며, 여성의 가족과 지역사회가 그들의 가치를 가정에서부터 인식하도록 가사 일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 촉구 선언에 더 많은 이해당사자의 지지와 이행 촉구 요청이 뒤따를 때, 지구촌은 물 분야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다해
유네스코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i-WSSM) 대외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