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바자회 개최한 성암국제무역고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는 1922년 ‘인창의숙’으로 출발하여 1960년에 ‘인창여자상업고등학교’로 개교한 여성실업교육기관으로, 2008년부터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로 개명하고 국제무역분야 특성화고등학교로 발전해 왔다. 다른 국가와 지역, 인종, 문화 등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국제무역 분야 특성화 학교로서 ‘세계시민 육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성암국제무역고 내 동아리의 유네스코 활동기를 소개한다.
성암국제무역고는 2017년 유네스코학교에 가입했다. 세계화 국제무역 전문인력 양성교육이 유네스코학교의 활동주제인 인권, 문화간 학습, 지속가능발전교육 추구와 연관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성암국제무역고는 유네스코 세계시민 표현능력 대회,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활동, EU 대사 방문 행사, 모도리회계반의 유네스코 Dream드림 희망나눔가게 바자회 등 다양한 세계시민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도리 회계반’은 2001년 학교를 대표하여 상업(회계) 경진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하여 양성하는 선수반에서 출발하였다. ‘모도리’는 ‘빈틈없이 아주 야무진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모도리 회계반은 2012년부터 가을 학교축제인 ‘성암제’에서 전·현직 교사가 기부금으로 마련한 장학회인 ‘성암스승장학회’의 후원을 받아 바자회를 열고 해당 수익금을 다양한 기부 활동에 써 왔다. 이후 성암국제무역고가 유네스코학교로 지정되면서 모도리 회계반은 이 바자회를 ‘유네스코 드림Dream 캠페인’과 연계하여 진행해 보기로 했다.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학생들인 만큼,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인식하고 경제규모가 다른 국가들 간의 균형적인 발전과 문화의 공존,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도 했기에 2018년부터 ‘유네스코 바자회’가 시작되었다.
첫해의 바자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산이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으로 알림판을 만드는 등 축제 당일까지 손이 가는 일이 많았고, 유네스코 바자회를 개최한다는 의미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바자회 당일 비까지 오는 날씨로 어려움은 더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물품을 옮기고 비를 막는 것도 힘들었지만, 수익금이 목표액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학생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이전까지는 동아리 학생들의 간식비 정도는 수익금에서 지출해 왔는데, 유네스코 기부 목표금액을 다 채우지 못한 학생들은 간식비도 쓰지 않고 전년도 이월금까지 더하여 기부하기로 했고, 다음 연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로 다짐했다.
올해의 유네스코 바자회는 우선 유네스코 Dream 드림 캠페인을 교내에 홍보하여 학생 및 선생님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선생님들로부터 물품을 모으기 위해 각 선생님 별로 담당 학생을 나누는 등 보다 조직적으로 활동을 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현수막과 입간판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었고, 선배 졸업생은 판매하고 남은 청바지와 가죽팔찌 등의 물품을 기부해 주기도 했다. 올해에는 화창한 날씨 또한 학생들과 뜻을 함께하는 듯했다. 그 결과 2019년 유네스코 바자회는 대성공이었다. 기부 목표액을 초과달성했을 뿐 아니라 전년도의 부족분까지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바자회를 운영한 모도리회계반 학생들이 느낀 점들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활동에서도 보람을 느꼈지만, 지구촌에 함께 살고 있는 네팔이나 르완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외국에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은 어른이나 부자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의 힘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학생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 아이들의 교육 사업에 기여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로 기억된다고도 했다.
벌써 모도리 회계반 학생들과 지도교사는 내년도 바자회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새 후배들이 동아리를 이끌며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학교의 의미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내년에는 바자회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의 가치관을 친구들에게 알리는 홍보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성암국제무역고가 유네스코학교로서 교내에서 각종 교육활동을 진행하지만, 아직 많은 학생들이 유네스코의 의미와 역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도 학교의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보다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홍보 책자나 전단지, 기사, 영상자료, SNS 등의 콘텐츠를 더 많이 소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인터넷 세상에는 이미 자료도 적지 않게 있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암국제무역고 모도리 회계반의 다음 유네스코 활동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