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 극복 방안으로서의 지역 관광 활성화
많은 한국인은 인구 감소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지방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유네스코 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원 원장은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새로운 형태의 지역 관광 활성화를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시대로 접어들었다. 2070년에는 3766만 명 수준까지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에서 체감하는 인구 감소는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전체 시·군·구 228곳 중 52%가 지방소멸위험 지역이다. 현재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89개 지역 중 84개 지역이 일반 농·산·어촌 지역이다. 지방의 인구감소는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지역경제를 위축시켜 지역 쇠퇴는 물론 국가 균형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쳐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2년 수행한 「인구감소지역 관광객 유입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에서 “인구감소지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관광을 진흥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정주인구 감소는 기업의 수도권 편중과 열악한 교육 의료 인프라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정주 인구 증대나 유출 방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주(定住) 인구 증대나 유출 방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관계인구’와 ‘생활인구’에 주목하여, 정주 인구를 대체할 수 있는 이들의 숫자를 증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 및 문화 정체성을 살려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면 관광으로 방문하는 여행객 숫자가 늘어나고, 이들이 지역의 생활인구가 되어서 지역의 활력이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정주인구가 특정 지역에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인구로서 인구조사에서 기본이 되는 인구 개념이라면, 관계인구와 생활인구는 인구 감소현상과 더불어 생겨난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관계인구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외부인을 말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고향사랑 기부제’ 참여자를 들 수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란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제 혜택과 함께 지역특산품을 답례로 제공하는 제도다. 한편, 생활인구란 거주가 아닌 생활을 중심으로 인구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정주인구에 통근, 통학, 휴양, 업무 등 특정 목적 체류자와 외국인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연구에 따르면 정주인구 1인의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41.7명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업무계획에서 ‘지역별 고유 매력을 담은 관광으로 지역 경제 선도’를 제시하면서 ‘한달 살기’ 등의 체류형 관광, 야간 관광, 워케이션 등을 통해 인구감소 지역을 관광으로 살리는 ‘방문자 경제’ 실현을 제안한 바 있다. ‘한달 살기’처럼 일상생활과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추구하거나 체류형 관광을 희망하는 수요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 중에서 다양한 방식의 체류형 관광을 기반으로 인구가 증가한 사례가 있다. 강원도 양양의 경우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핑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스포츠케이션’의 명소로 부상했다. 국내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인 양양 ‘서피비치’는 2015년 동해안에 동남아 현지 같은 이국적인 해변을 만들어보겠다는 어느 ‘로컬 크리에이터(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자원 등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의 계획에서 시작됐다. 처음에 1만 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는 서핑과 비치요가 강습, 선셋페스티벌 등을 열면서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 지난해엔 190만 명까지 폭증했다. 양양 ‘서피비치’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6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양양의 정주인구 수도 서퍼들과 서핑문화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2018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원격근무 도입과 디지털 기술력 향상은 ‘디지털 노마드(원격근로자)’라 불리는 새로운 근무 형태와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원격근무 형태로 일을 하면서 해당 지역 여행도 즐기는 것)’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관광 시장을 탄생시켰다.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에 있는 인구 8천 명의 작은 도시인 폰타 두 솔은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2021년 2월 유럽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빌리지를 구축했다. 이후 이곳으로 찾아온 디지털 노마드들은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작은 도시의 경제 활력소가 됐다. 마데이라 주는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년 간 137개국의 원격 근로자가 섬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주목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디지털 노마드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이민정책연구소(MPI)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독일, 그리스, 헝가리,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약 25개국이 원격근무 근로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여행은 ‘주마간산식 나들이형 관광’에서 ‘체류형 관광’으로 점차 변화하면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관련 제도를 앞장서 정비함으로써 생활인구 유입에 관심을 쏟는다면 지역 소비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지역 인구 감소 문제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