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2016년은 가히 ‘아프리카의 해’였다. 먼저 작년은 2006년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표, 개발협력과 경제 등 분야에서 아프리카와 본격적인 동반자 관계를 천명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5월에는 우리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순방이 있었고 KOAFEC(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 KOAFIC(한-아프리카 산업협력포럼), KOAF(한-아프리카 협력포럼) 등 우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가 각각 주관하는 아프리카와 정부간 협력 포럼이 연이어 개최되기도 했다.
특히 작년 12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우리 외교부와 AU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4차 한-아프리카협력포럼은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열려 아프리카와의 동반자적 관계에 의미를 더하는 한편, 지난 10년간의 한-아프리카 관계를 포괄적으로 점검하고 개발과 경제, 평화 안보 등 분야에서 앞으로 협력을 합의한 계기였다.
먼저 개발협력의 성과를 보면 우리의 대(對)아프리카 원조가 전체 ODA(공적개발원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중반 12~13% 수준에서 2015년 25%로 늘었고2020년까지는 35%로 증가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우리 개발협력의 중심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번 한-아 포럼에서도 아프리카 대표들은 우리의 개발협력확대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특히 해외원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경제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의 개발 경험 공유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한편 한-아프리카 경제 협력은 방대한 잠재력에도 불구, 아직 답보 상태다. 금세기 들어 아프리카가 높은 경제 성장, 노동 인구 증가와 중산층의 확대 등으로 ‘떠오르는 대륙’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 부족과 사업 위험성의 과다 평가로 투자 재원의 금융 조달이 쉽지 않은 것이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와의 경제 관계 확대, 특히 투자 진출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의 대(對)아프리카 무역, 투자가 전체 교역,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우리의 아프리카 정책이 정부 간 채널을 통한 공적 부문과 개발협력은 물론 한-아프리카 민간 부문 간 교류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이번 한-아 포럼에서 채택된 아디스아바바 선언도 무역, 투자, 산업 협력을 우선순위로 다루면서 이제 아프리카가 일방적 도움보다는 민간 부문 간 동등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관계를 선호하며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자원 분야는 물론 제조업과 ICT, 농업 등까지 다각적 참여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류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프리카는 이제 풍부한 자원과 젊은 노동력과 시장, 안정된 정치의 확산 등으로 도약의 요건을 갖추어가며 인류의 미래를 약속하는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아프리카 모든 국가들이 닮고자 하는 경제 발전 경험, 과거사의 부담이 없는 역사적 공감의 관계 등 우리만의 자산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개발에 기여를 늘여가며 아프리카인들의 신뢰를 얻어 왔다.
이제는 우리 민간 부문이 아프리카 54개국이 각기 제시하는 다양한 기회를 이해하고 중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기회의 대륙’ 아프리카와 상생하는 협력을 구체화해야 할 때이다. 또한 정부의 아프리카 접근도 인도주의와 국제적 책임에 입각한 개발 협력과 더불어 민간 부문의 경제 관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필요가 있다.
제4차 한-아프리카 포럼은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개최되어 한국과 본격적 협력을 원하는 아프리카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계기였고 우리로서도 아프리카와 협력의 외연을 개발협력에서 평화 안보, 교육·문화 분야까지 확장하는 한편, 아프리카의 경제 블루 오션에서 본격적 항해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태세를 다지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김일수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