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유네스코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 참가 후기]
제3회 유네스코 동아시아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역사포럼)이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4박5일간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16개국 청년 대학생 55명이 모여 ’역사화해’에 대한 강의와 현장학습, 그리고 토론과 해법 찾기의 시간을 가진 것. 과연 각국 청년들이 제시한 ‘갈등의 역사’ 치유법은 무엇일까. 프로그램 내용과 참가자 후기를 통해 이번 역사포럼의 의미를 짚어본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동아시아 내 평화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한 ‘역사포럼’이 3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적 쟁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역사 서술에서 자국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을 짚어보고,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 국가 간 역사 갈등을 부채질하는 과도한 민족주의 문제를 주목하고, 민족주의 중심의 ‘갈등의 역사’에서 동아시아라는 기반 위에 세워지는 ‘공동의 역사’로 역사인식을 전환할 것을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청년의 역할을 찾아보는 게 이번 포럼의 목적이었다.
포럼은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민 사무총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3년 성탄메시지를 인용하며, “역사화해와 평화는 상호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일상 속 평화를 위한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신주백 연세대학교 교수는 <역사의 정치적 활용과 갈등의 심화 속에서 모색되는 협력의 방향>,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원은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 국민국가 역사인식의 극복>, 필로메노 아귈라 필리핀 마닐라 아테네오대 교수는 <역사교육과 화해 ; 동남아시아의 도전과제>란 주제를 풀어냈다.
신 교수는 “역사갈등을 극복하고 화해를 실현하는 방향은 지역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공감할 미래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를 공유하며 현재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나(우리)의 역사관과 다를 수 있는 동등한 상대를 인정하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함께할 태도는 미래가치에 의해 보장되고 공고해져야 한다. 역사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가장 자주 언급되어 왔던 평화와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구체화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파했다.
미야지마 히로시 연구원은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한국에서 시작된 (자국만이 아닌 서로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 수 있는) ‘동아시아사’라는 신설 과목에 주목한다. 동아시아사가 개설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이러한 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별다른 반응을 안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역사갈등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시도에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관련 주제를 놓고 조별로 토의하고 정리해 최종일에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포럼 사흘째인 8월 19일에는 DMZ 인근 지역의 유네스코학교인 군내초등학교 등을 찾기도 했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이념적 갈등, 영토주의·국가주의·민족주의의 심화, 군사적 긴장과 대치 상태로 나아가게 하는 상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럼 참가자 4인 인터뷰 내용
Question
1. 포럼 참여 소감
2.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과 그 이유
3. 포럼이 당신에게 준 것은
4. 역사화해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하나가 된 멋진 시간” – 크래그 라 뚜쉬(아일랜드)
1. 이 포럼은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또 포럼의 세부 주제와 관련해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이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2. 우리 그룹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개인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이견이 있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우애를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3. 저는 토론 그 자체보다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참가자들과 서로 교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참가한 청년들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봤다고 할까요.
4. 역사화해는 포럼이라는 단일 행사를 통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포럼처럼 청년들 간에 우애를 쌓고 서로 교류하게 되면 점차 사회적으로 가까워지고 그 결과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화해가 탈정치화된다면 서로간에 진정한 우애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가 지나간 다큐멘터리가 아닌 내 친구의 현실 이야기로 다가와” – 김지원(한국)
1.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참가를 했는데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을 알고 이들과 교감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2. 직접 참여를 해서 대화를 나눈 그룹 토의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걱정도 하고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포럼에 참가하기 전에는 역사라는 것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는 딱딱한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그룹의 재일교포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이제는 내 친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역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 포럼에서 만났고 얘기했고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친해진 친구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4. 역사화해를 위한 방법은 다양한데 이렇게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재일교포 친구를 만나게 된 것도 큰 경험인데, 이 포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독도 등 객관적인 사실 알게 해준 뜻깊은 경험들” – 김선화(재일조선인)
1. 역사는 조선학교에서 배웠지만 난생 처음 한국에 와서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재일교포에 대한 존재만 알고 일본에 조선학교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제가 재일교포 문제만 너무 집중해서 영토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역사나 영토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필리핀에서 오신 필로메노 아길라르 교수님의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에서 살아서 동북아시아 문제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남아시아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독도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는 못했는데, 이 포럼에서 강의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을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재일교포의 고충을 다른 사람들이 알려고 하고 공감하고 힘들게 지냈겠다라고 말을 해주어서 기뻤습니다. 재일교포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4. 재일교포로서 통일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직 북한도 남한도 제가 간절히 원한 만큼 그렇게 통일을 바라는 상태가 아니고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포럼 통해 얻은 것 주위에 알려 변화 꾀할 터” – 츠유사키 유리(Tsuyusaki yuri 일본)
1. 이번 유네스코 동아시아 역사화해와 같은 포럼은, 다루기 어렵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매우 중대한 사항들에 대해서 직접 대면해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국적이 모두 다르고, 설령 특정한 이슈에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깊은 연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 그룹토론이 가장 흥미로운 일정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그룹은 인적 구성 면에서 이미 풍부한 다양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재일조선인, 우즈벡인, 중일 혼혈, 미국계 한국인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참가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정한 한 나라에 갇히거나 제한되지 않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정체성을 공유하는 과정이 결코 불편하지 않고 편안했습니다.
3. 이번 포럼을 통해 공유된 동질감(shared identity)을 확산해야 한다는 자극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것을 공유했는데, 이것이 결코 한정되고 갇혀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포럼이 끝나고 우리가 서로가 사는 곳에 돌아가고 나서도 이번에 배우고 얻은 것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이 사안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그들이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포럼을 통해 얻은 것을 주위에 알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4. 역사적 사안이든 사건이든 한 가지 관점, 편향적인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 가지 관점을 학습하고 나와는 다른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어야겠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현재 존재하는 이슈와 생각들을 알리는 가교(架橋)역할을 하겠습니다.
“이상을 꿈꾸고 변화를 일구는 우리 모두가 희망” – 바쉬르 모하메드(캐나다)
1. 포럼은 훌륭했습니다. 저는 북한에 관심이 있는데, 이번 포럼에는 북한을 공부하는 참가자도, 북한에 다녀온 적이 있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2. 강연도 좋았습니다만, 비무장지대 인근지역에 갈 수 있었던 것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것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었던 것은 모두 기록물이나 학술 저널을 통해서였는데, 이번에는 철책에서 군인들이 북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약간 무섭기는 했습니다. 두 군대가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3. 서로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전에는 이런 관점들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제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모든 포럼 참가자들은 이상을 꿈꾸고 변화를 일구는 사람들입니다. 미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4. 전 세계 사람들 간에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는 소중하고 놀랍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들을 만날 것이고 이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왔지만, 문득 세계가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네스코 덕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