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프로그램으로 ‘한일교사 서울탐방’에 참여했습니다. 일본교사 5명과 한국교사 2명, 통역자 1명이 한 모둠이 되어 서울 문화 유적지를 견학하는 것이었는데, 서대문형무소에 꼭 가보고 싶다는 이노마타 고(猪股豪) 선생님의 제안으로 다소 당황했으나, 의미 있는 장소이기에 내심 기대감을 가지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일제의 침략과정이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벽 앞에 한일 교사들이 나란히 섰습니다. 다들 말없이 전방을 응시하면서. 이노마타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정 선생님도 학생 때 이걸 배웠습니까? 지금도 교과서에 나오고 또 가르칩니까?” 라고. 당연히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고 선생님은 사진을 찍고 저는 다른 전시실로 이동했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온 벽면과 천장은 당시 이곳에 수감되었던 독립 운동가들의 사진과 프로필로 채워져 있었고, 영상과 함께 나오는 음성,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얼마나 그리우셨습니까?” 나로 모르게 흐르는 눈물 들키기 싫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잔디밭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눈물과 동시에 미소가 나왔습니다.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진 고문을 받다 순국하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당신들의 고통이, 설움이, 아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시리라 생각해보며, 이 아이들의 미소가 그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길 기대해봤습니다.
이곳에 가자고 하셨던 선생님의 진지한 모습과 약간의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뜻하지 않게 찾았던 이곳에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해준 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한일 간의 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과정에 우리 교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았다고 하면 비약일런지요.
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장시장과 서대문 형무소역사관, 경복궁에서의 반나절이었지만, 아픔과 기쁨과 눈물과 웃음이 함께한 이야기를 우린 함께 나누었기에. 작년 한일교사대화 일본방문 프로그램에서 내 가슴에 남은 단어, 키즈나(きずな, 매듭, 연결)가 이렇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은홍 경기 각골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