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도시 이천
도자기의 도시 이천. 알고는 있었지만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다. 세라피아에서 사기막골 도예촌을 지나 예스파크까지 내딛는 걸음만큼, 이천이 품은 도자기의 세계와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
도자기의 도시가 되기까지
도시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전주는 음식, 부산은 영화, 이천 하면 ‘도자기’가 떠오른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이천도자기축제’와 2001년 개최한 ‘세계도자기 엑스포’는 이천을 도자기의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다. 도자기를 매개로 시작된 문화 교류는 2001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로, 그리고 2010년 7월 ‘공예 및 예술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으로 이어졌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천으로의 여행은 설봉산에 둘러싸인 세라피아에서 시작해본다. 도자(Ceramic)로 만든 유토피아(Utopia)라는 뜻의 세라피아는 호수를 품은 설봉공원 언덕에 있어 자연과 도자를 함께 즐기기 좋은 문화 공간이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전시로 세계의 도자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경기도자미술관이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4월 30일까지 지난 ‘2021 경기세계도자 비엔날레’의 연장전시로 ‘국제공모전’을 연다.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도자 작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앞에 한참을 서성이다, 동서를 넘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도자기를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고 잠들었던 감성이 깨어나는 기분마저 든다.
이천의 도자예술마을 산책
근대 이후 전국에서 이천으로 모여든 도예가들이 고집스럽게 이어온 전통의 뿌리는 조선 시대 문헌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조선 중종 25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옛 기록들로 미루어 짐작할 때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중반까지 이천에서 도자기 제작이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기록을 증명하듯 이천의 사기막골 해월리, 마옥산, 관리 가마골 등에는 등지에서 조선시대 도자기를 생산했던 가마터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비록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침체를 겪었으나, 이후 다시 이천으로 모여든 도예가들은 명맥이 끊어졌던 조선백자와 고려청자를 재현하고 계승하는 등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도예가들이 점차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도자예술마을로 형성된 사기막골의 얕은 언덕을 따라 난 길에는 53개 공방이 사이좋게 늘어서 있다. 그 덕에 공방마다 다른 색과 디자인의 도자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기막골의 언덕을 오르자 분청사기 명장, 이은구의 청파요가 모습을 드러낸다. 청파요의 마당에는 장작으로 불을 때어 도자기를 굽는 오름가마가 놓여 있다. 오름가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형태의 가마로 소성 시 불에 의한 불규칙적 변화로 인해 현대식 가마에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천의 또 다른 도자예술마을은 2018년 이천시가 40만6600㎡ 규모로 조성한 ‘예스파크’다. 영어와 한자의 조합어인 ‘예(藝)‘s Park’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가구, 유리공예 등을 만드는 공예 공방 200여 곳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회랑마을, 가마마을, 별마을, 사부작마을 등 4개의 주제별 마을로 나뉜다. 예스파크 구경에 나서 전시장과 작업실이 같이 있는 공방들을 구경하다가, 마당에 달항아리가 무심하게 가득 놓인 갤러리에서 우연히 신철 도예가와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불가마에서 굽는 전통방식으로 달항아리만 1000점이 넘게 만들어 온 도예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귀를 기울이다가 달항아리를 감상할 때는 조형과 색을 봐야 한다는 감상 팁도 얻었다. 또 한번 도자기를 보는 안목이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다.
이천 여행자 노트
예스파크 관광안내소 | 예스파크는 드넓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공방 정보가 수록된 브로셔를 먼저 살펴보고 탐방에 나서면 좀 더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도자기 체험 | 화목토, 구을공방 등에서 도자 체험을 하면, 손끝으로 흙의 감촉을 느끼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빚고, 칠해서 맡기면 구워서 택배로 보내 준다.
설봉 호수 | 경기도자미술관 관람후엔 둘레 1.05km 설봉 호수 산책로를 걸어보자. 호수 주변으로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설봉국제조각공원도 볼거리다.
글, 사진 우지경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