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27일 경남 통영에서 유네스코 본부와 통영 RCE 및 통영시 공동 주최로 유네스코 심포지엄이 열렸다.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지역사회: ESD 2030 프레임워크’라는 주제로 진행된 회의의 이모저모를 박은경 전(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이 전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의 주인은 유네스코다. 2002년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가 열린 요하네스버그 근처 우분투에서 싹튼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DESD; 2005-2014)과 국제실천프로그램(Global Action Programme, GAP; 2014-2019)을 거치면서 ESD 2030을 향한 전략을 모색하는 단계로 진전되었다. 이번 회의는 GAP 후속 전략의 일환인 지역사회와 국가 중심의 ESD를 만들어 갈 중요한 회의였다. 이번 회의가 통영에서 열린 이유는 통영이 유네스코 GAP의 주요 파트너이고,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의 일원이며, 또한 2005년 시작된 UN대학교 프로젝트인 최초 RCE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유네스코는 명시하고 있다.
인도, 아르메니아, 벨리즈, 카메룬, 독일 내 도시 시장 및 부시장과 관계자, 국제통합도시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 등 실제 정책 입안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한 이번 회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4.7에 등장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2030년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워킹 심포지엄이었다. 회의에서는 ▲ 도시 네트워크 국제기구들과 실제로 ESD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온 도시가 그 동안 성취한 과업과 도전은 무엇인가? ▲ 교육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노력들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가? ▲ 지역사회로부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변화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ESD 2030 틀’의 효율적인 이행전략은 무엇일까? 등의 세 가지 질문에 기초해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회의를 기획한 유네스코 본부 ‘평화와 지속가능발전국’의 알렉산더 라이히 지속가능발전교육과장은 개막식에서 “여기에 모인 20명의 참가자들의 네트워크를 합치면 전 세계 1,000여 개 도시가 한 곳에 모인 것과 다름 없다”라며 도시 관련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크 협력을 강조했다. ESD 전문가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통영의 ESD 관련 현장들을 답사하고 집중 토론을 통한 ESD 2030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았다. 참가자들은 동피랑, 제석초등학교, 세자트라숲 등을 답사하며 시민들이 만든 지속가능발전교육 과정과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형식교육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사례를 둘러보았다. 또한 RCE에서 통영시와의 협력 하에 재단이 창립되고 실제로 ESD 교육센터, 세자트라숲이 설립되는 과정을 들은 뒤 현장에서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동피랑 벽화마을에서는 지역민들과 참가자들의 대담이 있었다. 빈민촌이었던 이 마을이 벽화마을로 변신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통영시 행정담당자, 시의원, 시민단체 네트워크 대표, 통영 RCE 담당자등의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의 질문과 토론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통영시와 RCE, 지역민들의 협력 결과에 찬사를 보냈다.
제석초등학교 방문에서는 통영교육지원청 교육장, 통영시 교육체육지원과 과장, 통영 RCE 학교교육위원회 위원장, 사량초등학교 교감 등이 지속가능발전 교과 과정, 시설, 설비 확충의 고충과 업적을 들려주었다. 이후 참가자들은 2030년까지 10년간 지역사회에서 형식, 무형식, 비형식 교육 안에서 지역 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세 번째 방문지인 통영RCE 세자트라숲에서는 청소년들의 관심 분야를 세계 속에서 찾아가는 ‘브릿지투더월드’의 1기(2008년), 6기(2013년), 10기(2017년), 11기(2018년) 참가자들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이 겪은 삶의 변화를 진솔하게 털어놓아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시민교육위원회, 운영위원회의 위원들과 통영시의회 기획총무위원장, 통영시 행정복지국장도 대담자로 참여해 무형식, 비형식 교육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과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소개했고, 참가자들은 그러한 경험담을 경청하고 각자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마지막날 전문가 회의에서 유네스코 본부의 라이히 과장은 ESD 2030의 비전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한편 SDGs 17개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데 있음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학습환경, 교육자, 청소년 및 지역사회에서의 지속가능발전의 해법을 강구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국가 이해당사자들의 주도 하에 주요 파트너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제206차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올 11월에 열리는 제40차 유네스코 총회에 제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 남부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전지구적인 ESD 핵심 사항들을 건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15년 전에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통영에 우연히 안착한 한국의 ESD 중심 센터는 이렇게 세계 속으로 깊숙히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박은경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