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독일위원회 방문기
모든 유네스코 회원국은 자국 내에 국가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국내외 유네스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규모 면에서나 적극성 면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독일위원회는 더 깊은 상호 이해 및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양 위원회 간 직원교류를 추진했다.
국가위원회는 유엔 기구 중에서 유네스코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다. 유네스코 헌장 제7조는 유네스코 각 회원국 내에서 유네스코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교육·과학·문화·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정부 및 유관기관 대표, 지식인, 문화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국가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위원회의 규모는 나라마다 매우 다양한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는 유네스코 내의 여러 국가위원회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고 그만큼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 한위와 비슷한 정도의 국가위원회를 꼽는다면 유네스코독일위원회(Deutsche UNESCO-Kommission, DUK)를 꼽을 수 있다.
유사한 규모와 형태를 가진 만큼 한위와 독일위원회는 양 위원회의 현황을 서로 파악하는 한편 상호 협력과 가시성을 확대하기 위해 직원교류를 추진했다. 이에 독일위원회 직원이 한위를 2주간 방문하여, 독일에서의 주요 활동을 설명하고 직원들과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나눈 바 있다. 이어서 필자가 한위 직원으로서 독일을 방문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타국의 국가위원회를 방문하는 일은 긴장과 설렘을 동반하는 경험이었다.
독일 본(Bonn)에 위치하고 있는 독일위원회의 첫인상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위와는 달랐다. 본은 동서독이 통일되기 전에 서독의 수도였고 지금도 연방정부 일부 기관들이 남아있어서 사실상 베를린에 이어 제2의 행정수도 역할을 하는 도시다. 그 때문인지 본은 꽤나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였고, 독일위원회는 본의 중심지에서도 벗어난 곳에 단독으로 사용하는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 이후 직원들과 계속된 회의를 통해 양 위원회의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위원회의 구성원은 114명에 달한다. 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은 모두 총회에서 선출하며,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서 30년 넘게 위원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공모를 통해 선출된 자리이다 보니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위원회의 사업에 관심이 많고 그 관여도도 큰 편이다. 이번 프로그램 중에 독일위원회 총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회의에는 위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총회 본회의 이전에는 특정 주제들에 대한 발표 시간도 있었는데 이는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었다고 한다. 위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무처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독일위원회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예산을 연방외교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한국보다 컸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특성상 교육 및 문화 분야는 주(Laender)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많다. 물론 사업 분야에서는 유네스코의 국가위원회답게 다수 사업들이 한국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AI윤리, 공정문화,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는 양 위원회가 이미 협력을 진행하면서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독일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및 남·북반구 간 격차 완화에 주목하는 사업을 최근 강조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지정학적 특성상 독일에서는 더욱 피부에 와닿는 문제로 보였다.
임직원들이 속한 사무처의 구조와 인원은 양 위원회가 꽤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독일위원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직원 규모가 증가하였는데, 내·외부적인 이유로 한국위원회에 비해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짧은 편이었다. 직원 대부분이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며, 근무일 중 절반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면서도 가정에서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 직원들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가 인상적이었다.
직원교류가 진행된 2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독일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서로 궁금한 것들이 남아있다. 이번 직원교류가 앞으로 서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교류의 가장 큰 수확은 저 멀리 독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 만난 사이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유네스코의 가치 안에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동준 기획조정실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