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피지 교육평등 프로젝트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는 인천 유일의 공립 외국어고등학교입니다. 학생들은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배우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과 국제교류 활동을 하며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미추홀외고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Fiji)의 두 고등학교(Gospel High School, Marist Brothers High School)에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추홀&피지 교육평등 프로젝트’를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피지 학생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지 학생들도 스마트 폰과 페이스북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 입니다. 2017년에는 서울대학교 나일주 교수가 개발한 ‘gg런’(ggLearn)이라는 모바일 학습도구를 활용해 현지 학생과 교사들이 관련 교육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추홀외고 학생들은 현지 학생들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학, 한국어, 경제학, 프랑스어 등의 콘텐츠를 제공했고, 현지 교사는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먼저 수업 내용을 개별 학습하고, 수업 시간에 이를 함께 복습·토론하는 ‘역진행 학습’(flipped learning)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모두 800여 명의 학생이 새로운 학습 경험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좀 더 새로운 도전으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도 활용해 보았습니다. 현지 학교에 HMD(head-mounted display) 장비와 교재를 제공해, 학생들이 간단한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 및 증강현실의 공간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국어, 수학, 경제학 등의 교육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교육평등에 대한 실질적이며 신선한 접근을 인정받아 이 프로젝트는 2018 유네스코한국위원회 ESD 공식 프로젝트 인증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하고 현지 교사 교육 부분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양국 학생들의 변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피지 현지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학습해 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바로 먼 나라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한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K-pop(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한 현지 학생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배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배움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미추홀외고 학생들이야말로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콘텐츠를 ‘ADDIE 모형’—analysis(분석), design(설계), development(개발), implementation(실행), evaluation(평가)의 5단계로 이루어진 교수 모형—에 따라 현지 학습자들에 대한 요구분석, 설계, 개발, 실천 및 평가의 모든 단계를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여 이를 교육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작은 행동이 지구상 어느 나라의 학생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창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즉,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교류 되길
고등학생이 먼 나라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매우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아닌,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피지 학생들 또한 자신들의 삶과 문화가 담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상호 교류하는 활동을 하게 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와 피지의 상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ESD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적 헌신과 노력이 깃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총 96개 공식프로젝트가 인증 받았으며, 인증 받은 공식프로젝트는 한국형 ESD 모델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에 소개되어 보급·확산되고 있습니다.
박성한 인천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