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8일은 ‘세계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이다. 민주주의, 평화, 평등을 향한 한 인간의 위대한 정신을 되새겨보는 이날을 맞아, <유네스코뉴스>는 노주코 글로리아 밤(Nozuko Gloria Bam) 주한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를 만나보았다.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과 남아공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부임 3년 째를 맞은 대사께서 보고 경험한 양국의 ‘케미’(chemistry)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말씀하신 대로 남아공과 한국의 특별한 인연은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식적으로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1992년입니다. 하지만 지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남아공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국을 도왔습니다. 전장에서 함께 싸운 이러한 경험은 공식적인 관계에서든 그 외의 만남에서든 남아공 국민이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억과 존중심을 갖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양국이 공유한 역사적 경험 위에 상호 우정이 꽃피는 것이지요. 이러한 바탕 위에서 남아공을 찾는 한국인 방문객과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남아공 국민들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18일 ‘세계 넬슨 만델라의 날’은 ‘마디바’(넬슨 만델라의 애칭)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지난 100년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남아공은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남아공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만델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행사는 ‘전설이 돼라’(Be the Legacy)라는 주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009년부터 유엔은 7월 18일을 세계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정하고 평화와 자유를 향한 만델라 대통령의 헌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누구든지 의지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만델라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웠던 67년의 세월을 기억하며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67분’을 다른 이를 돕는 데 쓰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하루 하루가 곧 넬슨 만델라의 날이기를 바랍니다.
만델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는 특히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남아공의 축구팀인 선다운스 FC가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와 친선 경기를 가졌고, 7월 17일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6회 넬슨 만델라 연례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하반기까지 남아공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며, 이를 통해 남아공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가슴에 새기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델라가 이후 세대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는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행동하는 시민, 행동하는 세대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클 텐데요, 전 세계에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네스코가 ‘만델라 정신’을 교육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교육은 언제나 만델라의 가슴 속에 있었습니다. 만델라는 “교육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넬슨 만델라 재단이 양질의 교육을 늘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교육을 받아야만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착취에 저항할 수 있으며, 국가뿐만 아니라 자기 주변의 환경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유네스코가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아동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기원하며, 넬슨 만델라 재단과 남아공 대사관도 이를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한편,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개최하는 ‘유네스코 평화누리 워크숍’에 우리 대사관이 ‘넬슨 만델라와 평화’라는 주제로 특강을 맡은 것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세상을 바꿔나갈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1964년 ‘리보니아 재판’(Rivonia Trial)에서 넬슨 만델라가 한 그 유명한 법정 진술은 매년 이맘때 전 세계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해당 재판 기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만델라 대통령은 전 세계의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것만큼은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평등에 기반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넬슨 만델라가 지키고자 한 원칙도 이것입니다. 유엔이 세계 넬슨 만델라의 날을 만든 이유도 바로 이 점을 알리고 평등과 평화라는 만델라의 유산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멉니다. 한국만 해도 이 날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식과 참여입니다. 전 세계인이 넬슨 만델라의 신념을 기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그 마음만은 이미 모두의 가슴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의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