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인도 프로젝트
매년 10월 11일은 여자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이 선포한 국제 소녀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의 현지 협력기관인 사바기교육센터 주도로 인도 내 14개 기능문해센터에서는 학습자 대상 그리기대회가 열렸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해당 대회의 경과를 보내왔다.
지난해 10월 11일, 국제 소녀의 날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현지 협력기관은 ‘2019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지 14개 기능문해센터의 학습자들이 참여하는 그리기 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대가족의 어머니이자 아내들인 여성 학습자들에게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본인과 딸들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자고 제안하였고, 300여명의 여성 학습자들은 기꺼이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해 주었습니다.
행사의 전반부에서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국제 소녀의 날의 중요성과 이번 그리기 대회의 취지를 알리고, 참가자들은 여아의 교육 및 권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녀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성평등에 대한 이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성평등에 도움이 될 만한 일상생활의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여러 의견과 논의를 거친 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드디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그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본인과 딸들의 꿈이 실현된 꿈 같은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며 알록달록한 사인펜과 색연필로 그림을 쓱쓱 그리기 시작합니다. 참가자 데비(Devi) 씨는 자신의 딸이 학교를 가는 그림을 그리며 무지갯빛 희망을 꿈꾸는 듯 보였고, 시타(Sita) 씨는 잘 가꾸어진 경작지를 녹색으로 꼼꼼하게 색칠하며 야채를 마음껏 키울 수 있는 비옥한 농장을 갖는 자신의 꿈을 그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그 옆의 비타나(Bitana) 씨는 “모든 가정폭력이 사라지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며, 검은색 사인펜으로 ‘폭력은 그만’이라는 말을 힌디어로 쓰고 있었습니다.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습자들이 아이들처럼 웃고 장난치고, 혹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는 풍경은 가슴 찡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그림을 그리는 기회가 난생 처음이라는 학습자들⋯.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지나왔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기능문해센터에 오는 여성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남성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며, 성차별과 조혼, 가정폭력 등이 만연한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니까요.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는 여성학습자들이 배움을 매개로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누리며, 이를 통해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여성 학습자들이 이곳에서 배움을 즐기고 있으며, 자연스레 자신들의 딸들에게도 학교를 다닐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에는 큰 소리로 항의하고, 가정폭력에 반대 의사를 피력할 정도로 자신들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학습자들에게 꼭 필요하고, 다채로운 활동들로 가득한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를 아낌없이 지원해준 한국의 후원자들과 한국 정부,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2019년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한층 더 아름다운 꿈을 그려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Happy New Year 2020~!!
스투티 프로히트 인도 사바기교육센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