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카자흐스탄에서 제15차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East Asian Biosphere Reserve Network, EABRN) 총회가 열렸다. 2013년 13차 몽골 총회 이후 5년 만에 북한이 참석해 더 눈길을 끈 이번 총회의 참가 후기를 전한다.
남북 간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북한 측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1995년에 한‧중‧일과 북한, 몽골 중심으로 설립된 EABRN은 그동안 동북아 지역 내 협력뿐 아니라 남북 협력과 교류를 위한 안정적인 기반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북한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7개 EABRN 회원국에서 70여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한껏 생물권보전지역 관련 활동에 열심이었다. 북한은 인간과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 MAB)사업 활동과 지속가능발전 사례발표에서 △백두산 생물권보전지역의 세계지질공원신청 추진 △금강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계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람사습지로 등록된 문덕 철새보호구의 생물권보전지역 추진 타당성 검토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신청이 이번이 처음이기에, 우리의 경험과 전문성을 공유해 북한의 등재를 지원한다면 한반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남북한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2년에 네트워크에 가입한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옵서버로 참석했다. 주최국 카자흐스탄은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생물권보전지역이 없거나 활동이 미약한 주변국의 참여를 독려하고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함께 이 두 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하여 EABRN 네트워크를 중앙아시아로 확대할 것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생물지리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 지역을 같은 네트워크에 포함시켜 MAB 역량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회원국들은 동아시아에서 시작한 네트워크의 정체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제안은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짓지 못했으나, 앞으로도 네트워크 확대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기금을 제공하는 등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관련 부처와 기관 간 협의를 통해 적절히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9곳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자연 자원의 보전만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초창기 생물권보전지역은 ‘국립공원’의 개념을 넘지 못해 보호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경우 처음부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생물권보전지역의 목표를 담고 시작한 덕분인지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접근과 주민 참여가 유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MAB 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청년분과에서 청년들에게 직접 MAB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참고할 만한 사례였다.
참가자들은 회의 기간 알틴 에멜 생물권보전지역을 방문했다. 몇몇 키 작은 식물만 모여 자라는 건조한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진 이 지역의 퇴적 지형은 이곳이 과거 열대 지방에 속했음을 보여준다. 이토록 척박한 장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식물을 보니 자연의 힘이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발표, 토론, 현장방문 등 EABRN 총회에서 참가자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작은 유네스코’를 만들고 실행했다. 다음 회의는 북한 또는 러시아나 몽골에서 열기로 했다. 또한 각국은 총회와 격년으로 열리는 훈련 워크숍에 청년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키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알마티 선언을 채택하면서, 우리는 다음 총회를 기약했다.
김은영 과학청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