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 개막행사
7월 8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1번 회의장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IYBSSD)의 첫발을 내딛는 개막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전 세계 정부대표, 과학자, 시민사회 참가자들은 기초과학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믿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았습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그 열기가 뜨거웠던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유엔이 올해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International Year of Basic Scienc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YBSSD)로 선포한 것은 모든 과학의 근본이 되는 기초과학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에서 확인되었듯, 앞으로 인류가 맞닥뜨릴 새로운 문제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기초과학의 튼튼한 토대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국제기구, 정부대표, 과학자들의 힘을 모아 이 기념해의 지정을 위한 결의안을 2019년 11월에 열린 제40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했고, 2021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해당 안이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유엔 체계 내에서 세계 기초과학의 해를 선도하는 기구로서 향후 1년간 다채로운 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행사가 지난 7월 8일에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 군소도서국 정부 대표와 노벨상 수상자들뿐만 아니라 유네스코-로레알 여성과학자상 수상자를 비롯한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태학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라운드테이블과 기조강연, 대담, 전시 등 다양한 포맷과 주제로 꾸려진 행사에 참석하며 기초과학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행사장 곳곳에서 공공재로서의 기초과학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국가의 의사결정과정과 개발도상국 사회에서 기초과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초과학과 지속가능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샤밀라 나이어 베두엘레(Shamila Nair-Bedouelle) 유네스코 자연과학 사무총장보는 기조강연을 통해 창설 이래 75년 넘는 기간 동안 과학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유네스코의 여정을 설명하며,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초과학 진흥을 대대적으로 선포하는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표출했습니다. 베두엘레 사무총장보는 기초과학이 우리 삶의 일상 속에 미치는 영향과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중요한 역할을 환기하며, “기초과학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고동치는 심장”이라는 말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1년간 각국 정책입안자와 NGO, 과학자들은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기초과학 진흥과 육성,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기초과학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유네스코는 ▲과학에 대한 각계각층의 포괄적인 참여 증진 ▲과학 교육 및 훈련 강화 ▲기초과학 투자 확대 ▲오픈 사이언스 활성화를 이번 기념해를 관통하는 중점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시민사회, 정책입안자, 국제기구, 협회, 학생,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교류와 소통이 핵심이며, 따라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각양각색의 행사와 교육, 훈련, 캠페인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획되고 실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몇 년간 유네스코가 역점을 두고 있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의 중요성이 이번 기회에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유네스코는 작년 11월에 열린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오픈 사이언스 권고를 채택한 이후 ▲오픈 사이언스 운영위원회 설립 준비 ▲세부 워킹그룹 활성화 ▲우수사례 공모 추진 등의 후속 작업을 한창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픈 사이언스는 과학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개방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지식 격차를 좁히고 국제과학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유네스코는 모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오픈 사이언스가 핵심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기념해를 계기로 전 세계가 기초과학의 진흥과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요청하며, 또한 기초과학 발전의 과실로부터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보다 굳건하고 포용적인 국제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임시연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