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차 인간과 생물권 사업 국제조정이사회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제35차 인간과 생물권 사업 국제조정이사회(MAB-ICC)가 열렸다. 새로운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비롯해 생물권보전지역의 활동 및 가시성을 높일 여러 방안을 논의한 이번 회의 내용을 전한다.
매년 여름 즈음에 열리는 인간과 생물권 사업 국제조정이사회(Man and the Biosphere (MAB) Programme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이하 ‘MAB 이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은 역시 신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신청한 곳이 없었고 코로나19로 신청 건수가 이전보다 줄어든 가운데 모두 11곳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케냐와 우간다는 각각 2003년과 2005년에 지정된 엘곤산(Mt. Elgon) 생물권보전지역을 함께 접경생물권보전지역(Transboundary Biosphere Reserve)로 지정하는 등 공동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함께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하는 곳으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완충·협력구역을 정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권장한다. 이런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생물권보전지역은 10년마다 정기보고서를 제출하며, 이사회에서는 이것이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20개국의 정기보고서를 검토했는데, 북한의 묘향산 등 4곳은 자료가 불충분해 검토하지 못했다. 지난 이사회에서 추가 자료를 제출을 요청받았던 곳 중에서도 두 곳은 재차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받기도 했다. 한편, 정기보고서 항목이 신청서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이를 간소화하자는 오스트리아의 제안이 있었다. 여기에 많은 이사국들이 호응하면서 작업반을 구성하여 준비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도 아태지역 대표로 이 작업반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는 MAB와 생물권보전지역의 국제사회의 목표 기여와 가시성 증진이 종종 언급되었다. 지난 2022년 12월에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하겠다는 데 합의를 이루고 ‘쿤밍 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유네스코는 부대행사를 개최해 생물권보전지역이 이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정문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성과를 냈다. 이사회는 국제사회 목표에 유네스코와 MAB의 가시성이 높아진 것을 환영하면서 GBF에 생물권보전지역 활동이 연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생물다양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도 발표했는데, 앞서 논의한 GBF 및 SDGs 달성과 관련한 지표를 개발하여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하는 등 연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생물권보전지역 2곳의 생태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위험에 처한 생물권보전지역의 회복과 대응을 위한 이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청년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단지 생물권보전지역 활동에 청년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도 청년 참여가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사례가 있었다. 아프리카와 유럽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에서는 운영위원회에 청년대표가 참여하며, 독일과 프랑스 등은 이번 이사회 대표단에 청년이 포함되어 있고, 관련 의제에서 청년들이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2년마다 수여하는 ‘생물권보전지역 관리를 위한 미셀 바티스상’ 수상자로 인도의 바칸 자그디시(Bakan Jagdish)가 선정되었고, 청년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MAB 청년과학자상은 모로코의 지원을 받아 해양과 섬, 연안 연구자 6명을 포함하여 13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기대를 모았던 MAB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아서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인간’으로 해석하고는 있지만 영어의 ‘Man’이 ‘남성’이라고 해석될 수 있어 새로운 이름을 논의하자고 한 것인데, 관련 내용은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이사회에 이어 이번에도 아태지역을 대표해 부의장국으로 활동했으며, 생물권보전지역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자문위원회의 주요 결과를 보고했다. MAB 이사회는 정부간회의이면서도 정부를 대표해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네트워크가 더더욱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전면 대면으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사회의 참가자 수는 예년에 비해 많지 않았다. 내년 6월에 열리는 다음 이사회와 2025년에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5차 생물권보전지역 세계대회에서 많은 MAB 관계자가 모여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으기를 바라며, 특히 다음번에는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은영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