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유네스코는 황폐화된 한국의 교육 재건을 위해 미화 10만 달러의 긴급원조를 결의하고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은 피난지에서도 천막 교실을 지어 수업을 계속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정작 교과서 출판에 필요한 인쇄 시설이나 종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유네스코는 14만 달러를 지원한 운크라(국제연합한국재건단, UNKRA)와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 인쇄공장 설립에 나섰고, 1953년 1월 22일 한국정부와 운크라, 한국교과서발행주식회사가 「인쇄공장 설치에 관한 협정문」에 서명한다. 현재 전하는 국영문 협정문은 비록 서명본은 아니지만 당시의 합의 내용을 생생히 전해준다. 협정문에는 유네스코의 지원금을 사용하여 운크라 측이 고속 윤전기, 레터프레스, 주조 설비, 사진 및 제본 기기 등과 같은 인쇄 시설과 물품을 구입해 한국으로 운송하고, 한국교과서발행주식회사 측이 건축 부지를 매입하여 인쇄공장을 세운다는 내용과 더불어 공장 건립 및 운영에 관한 합의 사항들이 상세히 담겼다. 이 협정을 바탕으로 마침내 1954년 9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60(현 동작구 대방동 502)에 대한문교서적(주) 국정교과서 인쇄공장이 문을 열었다. 이 공장은 연간 3천만 부에 달하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공급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전후 한국의 초등 교육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