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렘방에서 불어온 남북 간의 훈풍
“감동적인 순간!”
지난 7월 24-27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MAB) 사업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우리나라 순천과 북한의 금강산이 나란히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콜롬비아 대표는 이렇게 외쳤다.
금강산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북한은 1989년 백두산을 시작으로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에 이어 다섯 번째 생물권보전지역을 보유하게 되었다. 금강산 생물권보전지역은 금강산 숲 생태계를 중심으로 해안과 농경지, 담수 생태계까지 아우르는 지역으로 고유종과 희귀종을 포함해 1,228종의 식물과 258종의 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금강산은 또한 호주에서 동아시아를 지나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 위치해,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순천 생물권보전지역은 순천시 전 지역을 아우르며,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선암사가 있는 조계산도 포함된다. 순천만과 동천하구는 흑두루미 등 철새가 서식하는 습지로 생물학적 가치가 높다. 순천시는 “90년대 후반부터 순천시는 난개발보다는 보전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방치되었던 순천만 습지를 철새가 찾아오는 생태관광지로 변화시켰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계기로 순천시 전 지역의 지속가능 발전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북한의 생물권보전지역 동시 지정은 이사회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대표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대표는 생물권보전지역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해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고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고 있는 제도임을 상기하면서, “두 나라가 자연 보전을 위한 협력뿐 아니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의 비전을 공유하고 더 긴밀히 협력하기를 바란다”면서 인도네시아도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뒤이어 북한 대표가 인도네시아의 축하와 이사국의 지지에 사의를 표하고, 우리 대표 역시 이번 동시 지정을 계기로 남북 협력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사국가 참가자들 사이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사회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콜롬비아 대표는 다음날 이어진 ‘MAB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논의할 때도이 순간을 언급하며 양국이 이를 MAB 홍보에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유네스코의 사명이 재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다짐하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그 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두 곳 있다. 바로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키림바스와 몰도바의 로어푸르트다. 키림바스는 11개 섬으로 이뤄진 곳으로 조류 서식지이자 아프리카의 ‘빅 5’로 불리우는 동물 중 코뿔소를 제외한 코끼리, 사자, 버팔로, 표범 등 4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로어푸르트는 푸르트강과 범람원 호수 지역을 포함하는 장소로 물, 초지, 숲과 습지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자연자원을 이용하여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의 취지에 맞춰, 이번 지정이 모잠비크와 몰도바의 보전 정책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
한편, MAB 이사회는 2013년부터 생물권보전지역이 보전, 발전, 지원의 3가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이 핵심, 완충, 전이 구역을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0여 개 생물권보전지역 중 130여 곳이 용도구역을 갖추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참여가 없거나 더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기능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사회에서 지정을 철회한 곳들도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호주 5곳, 네덜란드 1곳, 미국 1곳 등 7곳의 지정을 철회했다. 이로써 전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은 122개국의 686곳이 되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그간 ‘보호지역 이상의 그 무엇’ 이라고 하여 보전만이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생태관광, 교육, 지역 특산품 개발,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 추진 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의 보전 기능에 다시금 방점을 찍었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라는 가치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이사회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 연구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청년 과학자상 시상과 관련해서도 수상자들이 MAB 연구자로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현재 전세계 생물권보전지역 내에 살고 있는 인구는 2억 5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곳임을 보여준다. 이번 이사회는 2030 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 생물권보전지역도 기여할 수 있음을 기대하게 만든 자리였다. 지속가능발전의 학습장인 생물권보전지역이 한반도의 지속가능발전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은영 과학청년팀장
* MAB 국제조정이사회
유네스코 과학 분야 정부간 사업인 MAB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매년 이사회가 열리며, 이사회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선출된 34개국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2015-2019년 임기의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2017년에 부의장국으로 활동했다.
이사회에서는 신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및 정기보고서 검토, 청년과학자상 및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자를 위한 미셀 바티스상 수상자 발표를 비롯하여, MAB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북한은 이사국이 아니나 이번 이사회에 옵서버로 참가했다.
이사회는 유네스코 본부와 회원국에서 격년으로 돌아가며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2009년에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이사회는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렸고, 다음 이사회는 2019년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