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습격과 인류의 대응전략
비록 국내에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며 인류의 육체와 정신을 위협하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인류가 함께 기울여야 할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이러스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165년 전인 기원전 1145년에도 이집트의 파라오인 람세스5세가 천연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흔적이 있고, 비슷한 시기의 벽화에는 종교행사를 진행하는 제사장의 모습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증거가 확인될 정도다.
1997년부터 발생해 잊을 만하면 지속적으로 발병하여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2002년 전 세계 경제를 출렁이게 만든 사스 바이러스, 2009년 21세기 첫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게 했던 신종플루, 아프리카에서 뻗어나와 2014년에 전 세계 대유행을 유발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바이러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과학과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1세기에도 인류는 크고작은 바이러스의 창궐로 끊임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현대에 와서도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이들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어 생기는 병, 즉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이다. 한결같이 종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 바이러스들이 갖고 있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이 줄어들 가능성보다는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Spillover: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amic)의 저자 데이비드 콰먼(David Quammen)은 “인간 자체가 메뚜기 떼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불어난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70억까지 개체수가 불어난 인간들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축 사육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인간과 가축 모두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동물이 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과 인간의 물리적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사람과 동물 간 접점이 늘어나면서, 동물에서 비롯된 감염의 위험도 역시 덩달아 높아졌다. 새로운 도로 건설과 삼림 훼손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토지 개발, 야생동물 거래 등은 동물이 가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키웠고, 급격한 세계화로 인해 활발해진 여행과 무역 활동은 전염병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다음에 출현할 바이러스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필자는 주저없이 ‘질병X’라고 대답할 수 있다. ‘질병X’란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인류멸망을 막기 위해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9개 감염병’ 중 하나로 지목한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감염병’을 뜻한다. 따라서 이제는 어떠한 감염병이 출현하더라도 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바이러스 식별 및 정보획득 기술을 향상시키고 폭넓은 방어효과를 가진 ‘범용백신’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신종 바이러스에 취약한 저개발국가들과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감염병이 전 세계로 퍼지기 전에 억제가 가능하도록 빈곤국 내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과 동물 간 감염병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사람과 동물과 환경의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면서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원헬스’란 사람의 건강과 동물의 건강과 생태계 환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으로, 인류 보건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 동물, 환경의 전문가들이 모두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서 저자는 바이러스 홍수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의 미래에 대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라고 썼다. 이는 곧 개인의 노력과 분별 있는 행동과 현명한 선택이 비극적인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야생 동물의 고기를 섭취하지 않고, 기침을 할 때 입을 막고,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닭과 오리를 하나의 닭장에 키우지 않거나 하는 등의 정말 사소해 보이는 개인의 조그마한 행동도 바이러스 감염의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은 정말 인상적인 대목이다.
앞서 열거한 대로 21세기 들어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3-4년을 주기로 창궐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재난의 상황이 더는 영화 속의 소재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최고의 백신은 물이 보일 때 마다 손을 닦는 것이다”라는 어떤 의료인의 캠페인처럼, 우리는 이럴때일수록 차분하게 일상에서 개인의 위생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송대섭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