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인터뷰 – 김광호 전(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의 제20대 사무총장인 김광호 전 총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자유인’이 되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꾸준히 한위의 교육 사업 나눔 사업에 후원을 하면서 한위 사업에 애정과 관심을 표하고 있다. 조직의 리더가 아닌 한 명의 후원자로서 오랜만에 『유네스코뉴스』 독자들과 마주한 김 전 총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총장님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총장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은퇴하여 가장 좋은 점은 역시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입니다. 집안일을 하고, 고령의 아버지와 장모님을 돕고, 손자와 손녀 육아에 참여하는 일을 참 즐겁게 하고 있어요. 이런 시절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다시 오지도 않으리라 생각하여 힘 닿는 데까지 하고 있습니다. 가끔 ‘슬기로운 인생 정리’라는 주제로 강의도 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과 나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여 이번 생을 잘 마무리하자는 내용인데요.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데 소홀한 우리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는 곧 삶을 밝게 잘 사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대학에서 노년, 은퇴, ‘웰다잉’, 영성 강좌도 했었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관심 분야의 책과 대하소설 등을 빌려와 읽는 재미도 참 좋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나면 봉사 활동 시간을 늘리고 싶기도 합니다.
교육부에서 오래 근무하시고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OECD 대표부 등 다양한 국제활동에 이어 한위 사무총장까지 맡으시면서 유네스코와의 인연도 결코 짧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발 떨어져서 바라본 유네스코와 한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은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합니다. 동시에 쉽게 변하지 않는 과업이고 제도이기도 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교육은 너무 자주 바뀌어 무엇을 추구하는지 방향을 잃은 느낌이며, 개인의 학교 생활 경험마저 기억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런 중에 유네스코와 한위는 교육의 보편화와 문화의 존중, 과학과 정보의 막힘 없는 소통을 통하여 인류의 평화와 인권, 공동 번영을 이루자는 인류의 공동 목표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조직 안에서든 밖에서든 변함없이 눈에 띄는 부분이에요.
퇴임 후에도 꾸준히 후원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그것은 혹시 ‘의리’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한데요.(웃음) 교육 전문가로서 한위의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이 가진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제가 후원을 하는 이유는 물론 의리도 있지만,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먼저 대한민국이 어려운 시절에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 마땅히 이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많지 않은 금액도 최빈국이나 저소득국에서는 매우 큰 일을 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금액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위에서 일하면서 다른 기관에 후원하던 것을 한위로 모아서 정기 후원을 했고, 개인적인 계기가 있을 때 일시 후원도 몇 번 했었습니다. 은퇴한 이후에는 후원 금액을 많이 줄여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한 후원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기업, 기관, 단체들의 정기 후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차별과 빈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구촌 이웃을 후원하는 분들께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사회, 문화의 발전은 교육의 양적·질적 발전과 같은 궤적을 그립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교육 투자의 성공 사례입니다. 교육받은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최빈국과 저소득국에서 학교 교육과 비형식 교육 등의 기회를 확대하고 질적 향상을 이룸으로써 인적 자본이 만들어지고 개인과 사회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올바른 발전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교육받은 인력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교육은 최종 소비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 사업입니다. 내부의 의지와 외부의 도움이 결합되면 효과적으로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외 어려운 조건 속에서 교육 기회의 확대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후원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가장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위와 유네스코 패밀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창립 70주년을 축하합니다! 제가 재임 중인 2020년에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가입 70년의 역사를 대한민국 발전사 측면에서 정리했었는데요. 창립 70년을 맞는 올해에도 전 세계의 움직임을 보면 평화와 연대, 공동 번영이라는 인류의 공동 과업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유네스코 활동의 내실화를 위하여 한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입니다. 한위는 국제적으로 가장 모범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국가위원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국익을 증진하고, 국제사회의 평화 증진에 능동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국내외 여러 주체들의 유네스코 활동을 진작하는 데 소임을 다하며 보람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기 바랍니다.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유네스코회관도 유네스코 활동과 맥락을 같이하는 기관과 단체들이 입주하고 활동하여 서울의 명소로서 점점 더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사무총장님과 위원님들, 사무처 직원 여러분들과 유네스코 네트워크의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후원홍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