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네스코의 70년 동행과 미래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를 향한 유네스코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올해로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은 한국과 유네스코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고, 평화를 향한 한국의 대(對) 유네스코 기여 방안을 논의했던 이번 포럼 현장의 모습을 전한다.
유네스코 사무국, 지역사무소, 국가위원회,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 국내외 전문가, 유관 정부부처 관계자, 44개국 주한외교사절단 등 약 11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 유네스코에 가입한 한국이 오늘날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유네스코의 지원이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되짚어보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유네스코로부터 지원을 받던 한국이 오늘날 유네스코의 주요 공여국으로 발전하였으며, 기구 내에서 모범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했다. 유네스코의 ‘전략적 전환 고위급 검토그룹’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기조발제에서 “유네스코의 권능분야가 광범위하므로 기구의 대표사업(flagship projects)을 선정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민간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기구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한국인들이 유네스코의 전후(戰後) 지원을 여전히 감사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더욱 유네스코에 애정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광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창설된 1945년 이후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네스코는 기구의 권능분야 내에서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기술과 그에 따른 여러 위험요소, 폭력적 극단주의 같은 다양한 종류의 폭력, 기후변화 등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의 현명한 방향성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라클리 코델리(Irakli Khodeli)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소 인문·사회과학분야 과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소개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민간 기업 중심으로 수익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네스코는 해당 기술의 윤리적 측면을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 역시 전기를 기반으로 작동하므로 방대한 전기 에너지 소비와 그만큼의 탄소 배출을 통해 기후변화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브 린치(Dov Lynch) 유네스코 사무국 회원국관계 과장 역시 “1945년 창설된 유네스코가 현재도 유효하게 평화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개선이 필요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늘날에도 유네스코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경제·군사력 등의 하드파워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폭력과 갈등에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추진한 ‘평화를 향한 유네스코의 역할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해당 연구의 주요 결과를 공유하고 교육·과학·문화·정보 커뮤니케이션 등의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했다. 발제자들은 교육이 평화 조성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반면, 불의를 유지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과학기술이 상위 5%의 선택 받은 사람들만을 위하는 대신, 나머지 95%의 대중을 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네스코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이번 포럼은 올해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유네스코가 한국에 갖는 의미와 한국이 유네스코에서 어떠한 회원국이었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국제사회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1945년 창설된 유네스코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며 미래를 열어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다.
백영연 국제협력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