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에
평화란 무엇일까
학생들은 ‘평화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화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평화는 생각보다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다. 평화 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쟁이 없는 상태라고 답하지만, 평화란 이 정도로 소극적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다른 측면의 질문을 던지며 좀 더 생각을 넓혀보길 권해본다. 평화는 정말 ‘전쟁 없는 상태’뿐인 것일까? 그렇다면 평화를 파괴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전쟁, 혹은 분쟁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평화를 파괴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가난, 차별, 재난도 평화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서도 평화는 위태롭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 한 번 더 학생들에게 묻는다. 차별이 평화를 부순다면, 우리는 차별에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가난이 평화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가난을 뿌리 뽑아야 하지 않을까? 인권이 지켜지지 않을 때 평화가 위태롭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일련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평화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바로 평화가 수동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 행동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질문과 체험으로 기본부터 생각하기
“민주주의는 매 세대마다 새로 태어나야 하며, 교육이 산파 역할을 한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가 자신의 저서 <학교와 사회>(The School and Society)에 쓴 말이다. 존 듀이는 또한 교육에 있어 기계적 암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함을 그 누구보다 강조한 학자다. 평화교육의 방향도 존 듀이의 생각과 같다. 기본으로 돌아가, 단순한 암기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바로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 먼저 아이들에게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느낌을 말해보도록 한다. 그리고 나서 ‘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했던 넬슨 만델라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권에 뒤따르는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본다. 물론, 연령에 따라 의견을 나누는 방식은 다르다. 아주 어린 아이들과는 역할 놀이가 효과가 좋으며, 성장한 학생들과는 이상과 현실이 서로 맞지 않는 상황의 딜레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다.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실에서 배우기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인종주의란 무엇인가? 인종주의에 반복 노출된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인종주의의 결말은 무엇인가? 결코 간단치 않은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그것을 상대방과 나누면서, 학생들은 추상적인 단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더불어 인종주의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하나의 보편적인 관점으로 묶일 수 있음을 알게 될 때, 학생들은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기회도 얻게 된다.
더불어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관련 자료같이, 평화를 위한 행동을 몸소 실천한 위대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자료는 학생들에게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생한 예를 제시해 준다. 끊임없는 평화 운동으로 1905년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베르타 폰 주트너(Bertha von Suttner), 비폭력 운동으로 인권 확장에 앞장서 196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등의 이야기에는 감동과 힘이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평화를 위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행동에 대해 단단한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발췌·번역: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국장
*원문 읽기: en.unesco.org/courier/2018-1/can-peace-be-tau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