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유네스코 토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적이고 열린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 보는 ‘유네스코 토크’를 작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청년’을 중심에 두고 올해 첫 유네스코 토크 행사가 열렸다. 9월 중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인 이번 토크의 주요 내용을 독자들께 먼저 전한다.
“청년의 결혼이나 출산은 청년들 스스로 포기했다기 보다는 강제로 포기를 당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생 문제를 얘기할 때, 마치 청년을 재판장에 소환하여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심문하는 식으로 얘기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 자체가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사이 한국 사회에서 그려지는 ‘청년’의 이미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일상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실제 모습은 무엇일까. 6월 21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마당에서는 ‘청년, 시대의 이상인가 자화상인가’를 주제로 제4회 유네스코 토크가 열렸다. 오전부터 흩뿌렸던 가랑비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자원한 20여명의 청년 패널이 모인 가운데 열린 올해 첫 토크는 우리 사회의 ‘청년’에 덧씌워진 여러 이미지와 담론들 속에서 형성된 오해와 편견을 밝혀보고, 이를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청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해 토크와 마찬가지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는 청년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전문가 3명이 참석했다. 대담자들은 각자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하여 현재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마주한 주요 문제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정지우 작가는 청년 문제의 핵심이 “더 이상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면서, 오늘날 사회 문제로 부상한 청년들의 ‘비혼주의’도 이러한 시대 상황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정 작가의 진단에 동감을 표하면서 시대에 따라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에 주목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이 사회가 청년을 “시대의 구세주 혹은 메시아”와 같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식했던 반면에 오늘날에는 청년이 “문제 그 자체”로 변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대담자인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심화된 경쟁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미래”가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청년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현실에서 청년을 규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청년 정책의 수혜 여부가 실질적으로 여기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담자들은 청년을 정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연령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생애 주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해당 시기를 넓게 잡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법률과 제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청년의 조작적 정의에 대해 소개했고, 전 교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제도상의 청년 연령대와 실제 청년 집단의 정체성 간 간극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문화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를 청년의 넓은 연령 기준으로 고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유네스코 토크의 사회를 맡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왼쪽에서 세 번째)와 전문가 패널인 정지우 작가, 전상진 서강대 교수,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토크를 경청하고 있는 청년 참석자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이지만 청년 문제는 단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흔히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청년’ 혹은 ‘MZ세대’라고 형상화되는 연령대의 집단이 쉽사리 균일한 기준이나 공통점으로 묶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번 토크에 참여한 청년 패널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사실이다.
“청년의 문제는 단수(singular)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다른 문제들과 교차해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청년들이 사회와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마주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법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유네스코 토크 영상을 시청해 보길 권한다. 2023년, 화려한 이상과 슬픈 자화상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 청년들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담은 제4회 유네스코 토크 현장 영상은 9월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정용시 네트워크사업실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