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세종 요르단 프로젝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제정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한 기관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스리랑카, 요르단, 우루과이, 파키스탄 등 4개국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 요르단에서 10개월 째를 맞이하고 있는 브릿지 세종 요르단 프로젝트의 소식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엄마’가 아닌 ‘독서교육 대사’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는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한 단체인 타기어(Taghyeer)가 요르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동 대상 독서교육 사업을 작년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사업 현장 점검이 여의치 않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지난 6월에 드디어 현지에서 직접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해 볼 수 있었습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요르단 암만의 6월은 무척 뜨겁습니다. 이스트 암만 커뮤니티 센터(East Amman Comm-unity Center)에 옹기종기 모인 20여 명의 어머니들은 서로가 역할을 바꿔가며 한창 구연동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머니들은 이틀간의 교육이 끝나면 내일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독서교육 대사’가 됩니다. 이들은 타기어가 진행해 오고 있는 아동 대상 책읽기 활동인 ‘위러브리딩’(We Love Reading)에서 독서 교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특별히 선생님이 아닌 ‘대사’(Ambassador)라는 호칭을 붙인 이유는, 참가 어머니들이 좀 더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어린 아이를 둔 어머니들만 이렇게 독서교육 대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이미 장성한 자녀를 둔 어머니도 얼마든지 마을 아이들을 위한 책읽기 활동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라님 아잠(Raneem Azzam) 씨는 커뮤니티 센터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위러브리딩 독서교육 대사 모집 공고를 보고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독서교육 대사로 활동하면서 지역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그녀의 당찬 포부가 멋져 보였습니다.
난민캠프 어린이들의 행복한 시간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들이 만들어 가는 삶의 변화는 요르단 북쪽 끝, 시리아 국경 근처에 있는 자타리 난민 캠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8년째 위러브리딩의 독서교육 대사로 활동 중인 아스마 알라세드(Asma Alrashed) 씨는 난민캠프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2012년에 시리아를 탈출해서 2013년 이곳 캠프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여기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러다 위러브리딩을 알게 되었고, 세 자녀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신이 난 아이들은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불러왔어요. 저는 사실 고등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책을 재미있게 읽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캠프에서 유치원 교사로도 일하게 되었습니다.”
책읽기 습관을 가진 아동들이 나중에 더 뛰어난 학습 역량을 갖게 된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의 삶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문해력과 책읽기의 힘은 읽는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고, 그것이 조선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계층 중 하나가 바로 부녀자들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타기어의 위러브리딩 프로그램이 어째서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받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머니들의 책 읽는 소리가 요르단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날까지, 한위와 타기어의 독서교육 대사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김지현
브릿지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