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학교 60년사 ❸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세계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유네스코학교에 한국이 가입한 지 60년을 맞았다. 90년대까지 세계화와 평화, 국제이해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유네스코학교는 2000년부터 지속가능발전, 그리고 세계시민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현재까지 국내에서 해당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지속가능발전 × 세계시민
유엔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를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으로 정하고 유네스코에 선도기관 자격을 부여했으며, 유네스코학교는 국내 학교 현장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시범 적용하고 확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시민교육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1995년 이후 세계화의 대응으로서 그 역할이 강조된 국제이해교육은 2010년을 전후로 세계시민교육으로 계승되었다.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글로벌 교육 우선 구상’과 2015년 세계교육포럼 개최를 전후로 세계시민교육은 유네스코의 주요 국제교육 의제이자 유네스코학교의 주요 활동 주제로 굳건히 자리잡게 되었다. 세계시민교육의 부상은 유네스코학교 활동에도 반영되었다. 2013년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유네스코학교 60주년 기념 국제포럼에 참가한 전 세계 43개국 유네스코학교 국가조정관 등은 세계시민성 증진이 향후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의 중점 목표라는 데 동의했다.
국내 유네스코학교 활동 중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결합한 학생 참여 활동의 대표적인 사업은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이하 ‘레인보우 프로젝트’)다. ‘한국 청소년 세계시민선언 2007’(2007년)을 밑거름 삼아 2010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세계화, 지역고유문화, 경제정의 등 7가지 주제와 관련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학교 및 지역사회 차원의 해결 방법을 스스로 계획·실천하는 프로젝트로, ‘나의 변화가 세상의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9년까지 계속됐다. 2018년부터 바뀐 유네스코학교 중점 활동 주제에 따라 레인보우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평화 간의 관계에 좀더 초점을 맞춘 평화 프로젝트로 개편되어 진행되고 있으며, 그간 활동의 대상 또는 객체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유네스코학교 활동의 주요한 주체로서 등장하도록 만든 계기를 마련했다. 2010-2012년과 2016년에 총 9차례 열린 모의 유네스코 총회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범주에 해당하는 학생 참여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네트워크 운영의 체계화와 세계로 열린 학교
2000년대 초부터는 유네스코네트워크의 모든 회원교가 참여하는 유네스코학교 총회·전국대회가 열려 유네스코학교 교장, 교사, 학생들이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네트워크 소속감을 갖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연간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유네스코학교가 학교급 활동사례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2018년에는 경주, 2019년에는 대전에서 열려 지역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회·전국대회 못지 않게 중요한 활동 조직으로 지역협의회를 들 수 있다. 지역협의회는 2013년 경기도 유네스코학교 지역협의회가 구성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9월 현재 17개 광역시도에 모두 조직돼 있으며, 유네스코학교 및 지역교육청 관계자, 전현직 교원 등이 참여해 지역 사정을 반영한 유네스코학교의 운영 지원, 학교 간 교류 증진, 상호 벤치마킹과 협력 프로젝트 수행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교육청에서부터 일선 학교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관심 부족과 담당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부재, 학교와 지역협의회 간 소통 부족 등이 지역협의회 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유네스코학교 운영에서 담당교사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유네스코학교 담당교원의 국제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2001년 시작된 한일교사대화 사업에는 2021년까지 모두 2,967명(방일 2,261, 방한 706)의 양국 교사가 참여했다. 1998년에 시작한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교실(CCAP)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860회, 총 9485회의 정규 수업을 진행했으며, 국제이해교육 및 다문화교육 지역특성화를 통한 전국 확산과 지역운영기관 자체 운영역량 강화 및 CCAP 지역 활동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운영주체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유네스코협회연맹으로 바뀌었다.
대규모 자연재해를 겪은 국가에 대한 모금 및 지원 사업도 이 시기 유네스코학교의 주요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다. 2010년에 전국 35개 유네스코학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교육재건을 위해 성금(약 2천5백여만 원)을 모아 같은 해 5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2011년에는 33개 유네스코학교와 일본 방문 교직원 110명이 참여해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유네스코학교 교육재건 협력사업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모은 성금(약 3천5백여만 원)과 응원메시지를 일본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ACCU)에 전달했다.
2000년대 이후 유네스코학교 활동의 특징 중 하나로는 가입 학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회원교 수는 2014년 186개교에서 2015년 251개교, 2016년에는 408개교, 2017년도에는 557개교로 늘어났다. 유네스코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국민을 대상으로 유네스코활동을 진작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시작한 후원모금 사업에 학교 차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다. 현재 유네스코학교는 ‘유네스코 Dream 드림 캠페인’을 통해 지구촌 교육 나눔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신종범 유네스코학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