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MAB한국위원회, 고창군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유네스코 MAB 청년포럼’이 지난 7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간 전북 고창군 선운산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가치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열린 이번 포럼에 참가한 학생의 후기를 소개한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시작되던 7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의 자기 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자연환경이나 생물권 보전에는 특별한 지식이 없었기에 MAB한국위원회 조도순 위원장의 기조강연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MAB의 역사 및 역할, 유네스코 사업의 일환으로서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유산(자연) 간의 차이 등을 알 수 있었고, “지속가능한 이용과 자연과 사람 간의 공생을 위해 청년들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당부가 기억에 남았다.
기조강연에 이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국제협력팀의 김지현 선임전문관이 유네스코의 전반적인 구조와 역할을 설명하고 청년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유네스코로 진출하기 위해 대학생활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선임전문관은 “우선 다양하고 유창한 언어 능력을 함양하고, 국제적으로 꾸준한 경력을 쌓으며, 언제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으면 충분히 유네스코에 진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포럼 두번째 날에는 생물권보전지역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창 땅콩을 전국에 알린 이엠푸드 이누리 실장의 강연을 시작으로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등 각 생물권 보전지역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강연을 들었다. 모든 현장 전문가들이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생물권보전지역의 농산물을 널리 홍보하고,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지역주민 공동체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발전과정을 꾸준히 밟아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현장 전문가들의 사례에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사업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 민주적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나간다는 점이었다. 특히 지역사회 커뮤니티 및 시민대학을 구성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줄여나갔던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의 사례, 주민 자치 협의기구와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한 생물다양성 보호운동과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체계적인 생태관광을 보여줬던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의 사례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후 청년들은 MAB 및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인식 증진과 홍보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한편, 우리나라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MAB한국위원회 사무국에 제안하고, 참여 과정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포럼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일정은 세번째 날에 있었다. 이날 청년들은 고창의 핵심구역을 탐방했다. 오전에는 선운산 도립공원에서 도솔암까지 지질공원 해설사와 함께 트래킹을 했고 상하농원에서 친환경 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했다. 이어서 청년들은 고창군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이라 할 수 있는 운곡습지로 향했다. 운곡습지 해설사는 습지 탐방에 앞서 고인돌의 역사와 다양한 상징들을 설명했고, 이곳에서 자연을 보다 깊게 느끼고 생태계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청년들에게 정중하고 예의 있는 태도를 요청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울창하고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는 운곡습지를 보며 청년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뭇잎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맞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이후 청년들은 호암마을로 들어가 고창 특산물과 제철 음식으로 푸짐하게 마련된 잊지 못할 저녁식사를 했다. 정성스레 식사를 대접해 주신 마을 주민들과 수녀님, 분수대와 수중 미끄럼틀까지 마련해 주신 마을 이장님의 마음이 감사했다.
포럼 마지막 날, 청년들은 MAB 청년포럼 1기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지난 3박 4일 동안의 즐겁고 유익했던 시간을 되새겼다. 이번 포럼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이질감이 사라졌고, 더욱 친근하고 따뜻한 ‘어머니 같은 자연’(mother nature)을 느낄 수 있었지만, 첫번째 행사였던만큼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첫날 연이어 진행된 강연에 많은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을 보였고, 둘쨋날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은 오히려 첫날에 배치되었다면 참가자들 간의 어색함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사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충분치 않아 몇몇 강연에서 질문 시간을 건너뛴 점도 아쉬웠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모이지 못했고, 참가자들이 환경 및 생물 관련 학과에 집중되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우리 1기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어 앞으로 MAB 청년포럼에 관심을 보이는 후배들은 더욱 유익하고 효율적인 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 마라.” 괴테의 ‘용기’라는 시다. 앞으로 유네스코 MAB 청년포럼이 우리나라 모든 청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길 간절히 바라며, 이번 청년포럼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정승엽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