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한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올 한해 동안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해 한국과 유네스코 간 협력 강화, 지속가능발전교육 확산,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18일, 바쁜 국내외 일정 중 명동 유네스코회관을 찾아 제7차 임시총회를 주재한 유은혜 제56 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사회부총리 겸 교 육부장관)에게 2019년을 맞는 소감과 위원장으로서의 구상 등을 청해 들었다.
먼저 제56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해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과 유네스코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습니다. 다양한 이슈가 엮여 있는 국내외 상황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54년 설립된 이래 유네스코 이념을 국내에 전파하는 한편, 유네스코와 우리나라 정부 간 협력에 기여하고 국내외 관련 기관 및 단체와 국민의 유네스코 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교육‧과 학‧문화‧커뮤니케이션‧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쟁, 난민, 빈곤, 환경 등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함께 대응해야 할 현안이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과 평화 실현을 위한 가교 역할에 더욱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역할을 고민하며,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남북한 교류 협력, 동북아 평화 기여, 평화 교육 등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씨름’이 최초의 남북 공동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남북한 화해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급변하면서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 또한 급상승하고 있는데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궁금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유네 스코 베이징사무소와 협력하여 교과서 인쇄용지 920 톤을 비롯해 대한교과서주식회사가 기증한 중고 인쇄기를 부품과 함께 북한에 지원한 바 있습니다. 또한 환경 분야에서 북한의 멸종 위기 동식물 조사, 외래종 조사 등을 위한 사업비를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를 통해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하여 고구려 고분벽화 보존, 개성 역사 지구 복원 등 북한 문화유산 보존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앞으로도 정치적 상황을 넘어 인권과 평화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교육‧과학‧문화 등의 분야에서 남북한 협력을 이루어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인 2020년을 앞두고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하여 지난 70년간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기여한 바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장관 내정자 지명 시기에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 교육목표(SDG 4-교육 2030)처럼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하는 교육 의제를 우리 교육 안에 좀 더 잘 녹여내기 위한 방법과, 이에 맞춰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피해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룬 근간에는 교육에 대한 높은 열정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남다른 교육열과 성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매우 뜨겁습니다. 그간의 한국 교육이 경제 성장을 위한 추진동력이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 교육 혁신, 교육복지 확대를 통해 유‧초‧중등, 고등, 평생교육 전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출발선 단계부터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유아교육 혁신방안’과 미래 일자리 환경 변화에 대응한 직업교육훈련의 혁신과 중장기 전략을 담은 ‘평생 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 등이 있습니다.
이렇듯 정부의 교육정책은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증진’이라는 SDG 4-교육 2030의 목표와 방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SDG 4-교육 2030의 국내이행 증진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체계적인 이행 및 모니터링을 위해 올해 5월 관련 교육전문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SDG 4-교육 2030 국내외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교육부 및 관련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저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여러 지원 사업이 단순한 지원이 아닌, 자생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이만큼 성장한 만큼 이제 우리가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갚아야 할 때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교육 분야를 비롯해 과학이나 문화 분야에서 우리가 유네스코를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확대해가야 할지, 위원장으로서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아시는 바와 같이, 유네스코는 거듭된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지구촌을 교육을 통해 재건하기 위해 1945 년 11월에 창설된 국제기구입니다. 우리나라는 1950년 6월 14일에 유네스코에 가입하여 55번째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가입 후 11일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네스코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고, 휴전 후인 1956년 운크라(UNKRA, 국제연합한국재건단)와 협력해 한국에 국정교과서 인쇄 공장을 세우고 한국의 교육재건 및 지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나라가 전쟁의 아픔을 딛고 국제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컸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서 받았던 도움을 저개발국에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대(對) 유네스코 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 교육 소외 지역에 지역학습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기자재를 공급하며, 선생님을 파견하여 문해 교육, 소득 창출을 위한 직업기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모범적인 직업교육 정책을 국가별 실정에 맞게 개선하여 교과서 보급, 현지 연수‧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저개발국 직업기술교육 지원 사업’(Better Education for Africa’s Rise, BEAR) 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네스코 신탁기금을 활용한 아태지역 저개발국의 교원 ICT 역량 강화, 아프리카 모바일러닝 및 원격학습과 같은 혁신적 교육방식 도입 지원 사업 등 대 유네스코 자발적 기여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러한 사업들이 단순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국가의 자생적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혁신적 사업도 구상하겠습니다. 더불어 정부와의 유기적 협력 등, 사업 수행에 있어 중심축 역할을 잘 수행할 것입니다.
유은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 약력
1962년 서울 출생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병)
2017년 제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 위원회 간사
2018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가운데 4번째 목표(양질의 교육)인 SDG 4는 2015년 5월, 인천에서 개최된 ‘2015 세계교육포럼’을 통해 ‘교육 2030’으로 구체화되었다. 교육 2030은 기존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에서 다루었던 교육목표에 비해 평생학습 관점에서 교육의 접근성 확대, 포용성과 형평성, 양질의 교육과 학습 성과를 강조하는 야심찬 목표로 유네스코는 교육 2030 이행의 주도 기관이다.